서울역 용산역
용산역에서 5:30am에 출발하는 KTX를 예매해두고
서울역에 와버렸다. 출발 10분밖에 안남아서 용산역으로 갈 수도 없었다.
취소 수수료 5,000원을 내고서야 (KTX 마일리지로 내긴 했지만)
취소를 할 수 있었다.
한번도 용산에서 경부선 KTX를 안타봐서 그런건지 아무런 의심 없이 서울역까지 와버린 것인데
내가 왜 이러지 한탄스럽다.
용산역에서 5:30am에 출발하는 KTX를 예매해두고
서울역에 와버렸다. 출발 10분밖에 안남아서 용산역으로 갈 수도 없었다.
취소 수수료 5,000원을 내고서야 (KTX 마일리지로 내긴 했지만)
취소를 할 수 있었다.
한번도 용산에서 경부선 KTX를 안타봐서 그런건지 아무런 의심 없이 서울역까지 와버린 것인데
내가 왜 이러지 한탄스럽다.
Self-employed 라는 표현을 그냥 넘기곤 했는데
요즘 들어 내가 말하자면 self-employed인 것을 깨닫고 보니
직장인으로서의 일과는
아 많이 다르구나, 큰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는, 일(?)을 하더라도 피곤하거나 지루하거나 지겹거나 쉬고싶거나 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말 말 그대로 내가 나를 고용한 것 같다.
내 일이기에 내가 모든 과실을 가져가고, 내게 모든 책임이 있고 내가 마지막 보루이니까
좋게 말하면 책임감을 스스로 부여하면서도 즐겁게 하고 있다. 예전에 자영업 준비를 하던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다.
자정이 지났다.
예전에 회사다닐 때에는
생일은 칼같이 퇴근한다는 규칙아닌 규칙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 하하하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않는데
그냥 먹먹하다.
40대가 되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혹시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추진하는 일과 관련하여 혹시라도 내가 무언가 놓치는게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오늘 점심에 오랜만에 스시초희를 가서 (아내와 사귈 때 간 것이 마지막일테니 거의 6년만인듯)
아내가 먹고싶다던 스시를 먹었다.
유명한 셰프가 쥐어주는 초밥은 아니었지만 재료를 신경써서인지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다만, 서버가 전화를 받고 서비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비스업이 고객에게 흠잡힐 구석이 많고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많은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오늘, 2017년 7월 9일은
정확히 만 40세가 되는 생일이다.
기분이 묘하다.
낳아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고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되고 또 영향울 준 분들께 고맙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삶을 예상치못하게 빨리 끝내지않고 기회를 가진 것도 감사하다.
내 40대가 어떻게 그려질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월급 받으며 월급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일에 매진했던 30대와 달리
아마도 40대는 다르게 그려질 것 같다(그래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다.
중점을 두고 싶은 몇가지는 있다.
– (어렵지만) 삶과 일의 균형을 이뤄나갈 것
–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
– 하루의 일정 시간은 자기 개발에 할애할 것
–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
그 외에 내 삶 전반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자축하면서 잠시 쉼표
오랜만에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났다.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가
사람들이 받는 연봉의 수준을 보고 깜짝 놀랐고
스타트업에 지분이 있는 어떤 사람은 지분을 팔아버려 막대한 부를 얻은 것도 놀라웠다.
(부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요즘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2년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그냥 참고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결정을 했더라도
1년도 못버티고 퇴사했을거라는 결론에 같이 도달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뒤늦게나마 현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에서 본 글
Extra mile이라는 표현을 써서 조금 더 노력과 부지런함의 미덕에 대해 적었는데,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일 잘했던 사람의 공통점, 요건이 아니라 그건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이 미덕이나 비결이 될 수 없다.
일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을 명색이 컨설팅 파트너가 겨우 그정도로 설명하다니, 누군지 모르겠지만 난 매우 실망스러웠다.
나쁘게 말하면, 주인 입장에서 일개미를 더 부려먹기 위한 펌프질 밖에 안된다 생각한다.
노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그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했고 고민했는지가 난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헛짓거리를 죽어라 열심히 하는 것은 의미 없다.
[Extra one-mile]
에피소드 1.
____컨설팅에서 일하던 시절 파트너님 한 번을 초청해서 Talk 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질문 중 하나는 “파트너님이 보신 수 많은 어쏘들 중, 잘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습니까?”
파트너님은 아래와 같이 답변해 주셨다.
“Extra one-mile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제가 OK 했음에도, 본인이 분석을 돌린 숫자를 한 번 더 체크했던 사람들, 분석의 implication 을 다시 한 번 정리했던 사람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더 읽기 쉽고 직관적인 문장으로 고치려 노력했던 사람들… 제가 OK 했음에도, Good to Great 하기 위해, 한 시간 덜 자면서 완벽을 추구했던 사람들… 그 친구들이 결국 훌륭한 컨설턴트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어느정도 잘하고 적당히 인정받는 것에 만족하지 마세요. 압도적으로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세요.
컨설팅을 20년 이상한 저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새로운 보고서들을 찾아보며 extra one-mile 하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2.
____에서 New Associate 시절, “우리 정말 잘하고 싶다..”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어떻게 하면 1점 어쏘 (상위 5%) 가 될 수 있을까”가 많은 대화의 주제였다.
그런데 ____가, 본인의 멘토였던 Associate 선배가 해준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그 선배님 왈,
“나는 New Associate 시절에, 팀보다 1시간 일찍 오고, 1시간 늦게 갔어. 1시간 일찍와서 자리를 정리했고, 오늘 무엇을 할지 생각했고, 미리 일을 시작했지. 그리고, 남들이 다 갔을 때, 나 혼자 남았을 때, 내가 오늘 무엇을 했는지, 내일 할 일은 무엇인지, 내가 오늘 실수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했다. 나는 첫 1년을 그렇게 살았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이 곳에서 잘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정말 무던히 노력하는 것이다. 부지런해지는 것 역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이다”
웹서핑을 하다가
본인의 블로그에서 자신을 “전략쟁이”라고 표현한 문구를 보고
– 그럼 난 무슨 “쟁이”인걸까, 아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거라도 있을까.
– 스스로를 “쟁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경력과 생각이 쌓여야하는 걸까 (내공이라는 말은 안쓰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벅스에 4월에 발매된 앨범이 있어서 한번 들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첫 앨범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타이틀곡 중 하나는 멜로디가 익숙하면서 신선했는데
가창력도 다소 부족한 것 같고 많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음악을 통해 행복하길 바란다.
서른 아홉 ‘한 차장’, 늦깎이 뮤지션이 되다
투우장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있다. 소가 숨을 고르는 곳, 바로 퀘렌시아(Querencia)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가서 마지막 힘을 모은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퀘렌시아,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 ‘한 차장’으로 불렸던, 직장 생활 10년 차 조한(본명 한승조) 씨의 퀘렌시아는 ‘음악’이었다.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었던 그가 마음 놓고 노래를 부르는 곳, 음표를 새로 하나하나 악보에 새기는 곳, 본인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지는 곳, 따뜻하고 편안한 그만의 작은 영역.
“회사 다니면서 직장인 밴드도 하고, 여자친구를 위해서 노래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음악은 제게 그냥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더라고요. 제 삶이었어요.”
10년 동안 수입차 회사의 홍보담당자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았던 그는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지난 3월 회사를 그만뒀다.
# 서른아홉,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나이 앞자리가 4로 바뀌면 도전하지 못할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인지 회사에 사직서를 낼 때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이제 회사를 그만두는 거구나, 받아들이니까 오히려 설레는 감정이 컸다고 해야 할까.”
‘직무의 사임’을 뜻하는 사표(辭表)는 그에게 곧 시작을 의미했다. 서른아홉 늦깎이로 뮤지션에 도전한 그의 첫 음반 재킷에도, ‘시작’이라는 이름이 박혔다.
이 새로운 시작에 대해 어떤 이들은 당황하기도 했고, 순간적인 일탈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인정받던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접고, 마흔이라는 나이에 음악인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한 걱정 어린 반응도 있었다.
이런 시선에 대해 그가 대답했다.
“언젠가는 음악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살았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게 단순한 일탈이 아니에요. 저에게는 꼭 거쳐야 될 과정이었어요.”
그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연습실로 ‘출근’하며 맡는 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 긴 시간의 그림자
그러나 기회의 문은 준비된 자에게 열리는 법이다. 직장 생활을 했던 그에게 야근은 일상이었고, 주말 출근도 빈번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안에 음반을 낼 수 있었던 건 10년간 출퇴근 자투리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출근할 때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일부러 걷는 시간을 가지면서 전날 썼던 멜로디를 떠올렸어요. 다음 파트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곡을 다시 탄탄하게 다듬고. 하루에 10분, 20분 투자한 시간이 제 곡을 단단하게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가 작곡한 곡은 해가 거듭될수록 차곡차곡 쌓였다. 그중 앨범 컨셉과 맞는 5곡을 골라 첫 음반으로 엮었다. 작은 시간이 모여 만든 그의 인생 2막이다.
“부지런했다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저의 자세가 다른 것을 대할 때보다 더 진지했었던 것 같아요. 조금씩, 천천히 꿈을 위한 준비를 해온 셈이죠.”
# 꿈이 있는 한 늦지 않았어
그의 첫 음반 ‘시작’에는 어쿠스틱 기타가 소박한 음색을 내며 조한의 커리어와 삶을 조명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법한 가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번 두 번쯤이나 세 번쯤 아니 네 번쯤은/ 가볍게 야근도 하고 술 한 잔 하고 나면/ 오늘이 목요일인지 아니면 수요일쯤인지/ 한없이 무거워지는 보통의 날들 안녕” (조한 1집 ‘시작’ 수록곡 ‘주말잠’)
직장인의 옷을 입고 있던 당시 그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외국계 회사와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시차 문제로 인해 생활의 리듬이 깨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정말 바빴을 때에는 새벽 4시에서 6시에 퇴근을 하고, 잠깐 집에서 샤워를 하고 다시 2시간 만에 출근하기도 했어요. 일을 하다 죽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바빴었죠.”
그런 그에게 주말에 정말 오롯이 즐기는 잠은, 위로였고 치료였다. 이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그였기에 곡에 충분히 녹일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를 토닥여줄 수 있는 곡을 쓰고 싶다고 했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곧 앞두고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제 100살까지 산다고 하잖아요. 곡을 쓰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도 60년은 남아있는 거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어요.”
# 인생에 대한 예의
유명한 일부 뮤지션이 아니고서야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음악가는 대체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다. 조한 그도 언젠가는 다시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서 뮤지션이란 직업에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소한 나 스스로에게 미안하단 생각은 들지 말아야 되는 거니까.
“마음속에 어떤 꿈을 품고 있으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조금씩 준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소중한 꿈을 그저 꿈으로 남겨두는 것은, 나에게도 꿈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시대상과 문화를 반영하는 단어를 찾는 노력이 계속 되어온 것은 이해하지만
YOLO라니,
뒤를 돌아보지않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생각한다.
“한국형 YOLO, 지나치게 거창해”
노컷뉴스 원문 기사전송 2017-07-05 11:52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7월 4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고재열 기자(시사IN 편집기획팀장)
◇ 정관용> 키워드로 읽는 세상입니다. 시사IN의 편집기획팀장 고재열 기자, 어서 오세요.
◆ 고재열>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오늘 주목한 키워드는 뭔가요?
◆ 고재열> 한국형 욜로로 잡아봤습니다.
◇ 정관용> 욜로? 뭐죠?
◆ 고재열> 욜로 원래 의미는 you only live once, 그래서 오직 한번뿐인 인생이라는 뜻인데. 카르페디엠 그러니까 오늘을 즐겨라 이거하고도 비슷한 뜻으로 서양에서는 굿럭 대신에 헤어질 때 사용하기도 하는 말인데 이걸 좀 한국에서 한국형으로 다르게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 정관용> 한국형 욜로다.
◆ 고재열> 네.
◇ 정관용> 뭐가 달라요?
◆ 고재열> 일단은 이게 너무 마케팅 용어가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욜로햄, 욜로빙수, 욜로모발이식, 욜로인테리어조명, 낯선 땅에서 참된 행복을 만나는 욜로여행.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는 그런 형국입니다.
◇ 정관용> 그냥 아무데나 다 갖다 붙이는군요. 인테리어, 모발, 빙수. 그러네요.
◆ 고재열>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이걸 먹어라, 이렇게 해 봐라, 이렇게 떠나라 이런 의미겠죠.
◇ 정관용> 우선 이 욜로라고 하는 이것도 일종의 신조어인데 이렇게 일반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좀 살펴볼까요.
◆ 고재열> 이게 화제가 된 것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로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혼자 아프리카를 여행 중인 미국인 여성 여행자가 이 꽃보다 여행 멤버인 배우 류준열에게 헤어지는 말로 들려준 단어인데 그래서 이제 류준열 배우가 찾아보니 이런 뜻이더라. 해 보니까 이제 좀 울림이 있었죠. 그리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이 홍보를 할 때 동영상에서 욜로맨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뉴스가 되었습니다.
◇ 정관용> 오바마케어, 건강보험 개편안 그거 홍보할 때?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이 욜로가 마케팅용으로 가고 있죠?
◆ 고재열> 그게 이제 이전에 웰빙, 힐링 이런 용어들이 마케팅 용어로 전락하는 똑같은 과정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야 되고 또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망 혹은 선호를 세워야 되는데 거기에 이제 이 욜로만큼 적합한 것이 없었던 것 같고요. 90년대의 어떤 그 소비세대를 만들면서 신세대, X세대 그런 게 만들어지고 또 2000년 밀레니엄 세대 이런 게 마케팅에 남용됐는데 비슷하게 사용되면서 영혼 없는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흔하게, 영혼 없이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욜로라는 의미 자체가 싱거워지잖아요.
◆ 고재열> 그렇죠. 그런데 욜로가 이렇게 흔하게 쓰이는 것과 좀 더 별개로 욜로 자체의 의미는 우리나라에서 좀 더 강하게 재해석되고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료한 일상을 단숨에 버리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이 훌쩍 떠나버리는 이제 그런 정도의 의미인 것 같은데. 욜로가 조금 어떤 인생에 대한 마인드 전환 정도의 의미인데 결단의 산물인 것처럼 좀 과포장되고 그래서 좀 인생 급변침을 감행하라는 주문처럼 사용되고 있어서 그래서 저는 이 욜로에 그렇게 강한 뜻을 입히는 오남용에서 약간 우리의 어떤 산업화 시대의 그림자 그게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정관용> 무슨 뜻이에요? 산업화 시대의 그림자가.
◆ 고재열> 산업화 시대 때 우리가 부산물 중의 하나가 저는 향락객 하는 향락문화인 것 같습니다. 1년 365일 근면하게만 살아야 하니까 하루 날을 잡아서 놀 때는 정말 놀 때도 전투정리 놀아야 해서 1년 동안 쌓인 회포를 풀어야 하는 오늘만 날이다, 그렇게 놀다 보니까 우리가 금수강산을 각종 가든으로 수놓고 그런 어떤 향락 문화가 생겼는데 그래서 더 먹을 수 없을 만큼 먹고 더 마실 수 없을 만큼 마시는 그런 흔적이 이 욜로도 아주 거하게 요란한 잔칫상을 차리듯이 요란한 해외여행을 가는 그런 비슷한 양상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전투적으로 놀았다. 우리 회식해도 그냥 밥 먹는 거로 끝나지 않고 꼭 2차 가고 노래방 가고. 아무튼 새벽까지도 그렇게 놀잖아요.
◆ 고재열> 그렇죠. 우리 레저가 저는 이제 아직도 제자리에서 공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비슷한 걸 또 캠핑 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레저에서 정신적인 만족보다는 배의 포만감에서 더 받는 휴식이 많다고 생각하니까 이 캠퍼들도 캠핑을 가면 캠핑장을 벗어나지 않고 그 캠핑장에서도 텐트를 벗어나지 않고 텐트에서도 화롯대와 버너 앞에 앉아서 음식만 하거든요.
◇ 정관용> 뭘 만들어서 먹고, 먹고.
◆ 고재열> 먹방 캠핑이 되는데 외국에서 캠핑 방점이 그런 액티비티에 찍히는데 우리는 이런 것에 먹는 것에 너무 집중되는 것도 그런 문화의 파생양상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 것도 일종의 산업화 시대의 유산의 하나다. 그래서 욜로가 그냥 마인드의 전환이 아니라 이제 완전히 인생의 방침을 바꿔라, 이런 식으로까지 과하게 해석된다?
◆ 고재열> 그렇죠.
◇ 정관용> 또 연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노인층에서 요즘 다 쓰고 죽자. 쓰죽회 이런 말이 있다면서요? 이것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 고재열> 이것도 황혼의 욜로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온전히 자기자신을 위해서 자신이 이룩한 부는 소비하고 가자 정도인데 이걸 또 다 쓰고 죽자는 너무 좀 거하지 않습니까? 마치 다 못 쓰고 죽으면 억울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런 용어인데 어쨌든 이제 그 황혼 욜로에서도 이제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한국형 욜로 이렇게 어떤 일회성 소비문화 이건 그냥 끝나는 거예요, 어떻게 되는 거예요?
◆ 고재열> 저는 이제 다시 욜로 이야기로 되돌아가보면 욜로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 미국의 래퍼 드레이크인데 2011년에 더 모토라는 곡에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2011년 무렵에 국내에서도 이미 욜로의 맹아가 저는 싹텄다고 보고요.
◇ 정관용> 뭐죠?
◆ 고재열> 다만 이름이 조금 다르고 양상이 달랐는데 그때부터 제주에 내려가는 3040세대가 아주 집단 위주라고 할 만큼 많았습니다. 저는 거기에서 한국형 욜로의 흐름이 형성됐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3040세대의 제주 입단 이주, 이게 욜로랑 연결이 돼요?
◆ 고재열> 저는 된다고 보는데 그 세대가 우리가 기억하는 X세대, 신세대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세대의 특징이 한국의 가장 경제적인 호황인 시절에 대학이나 어떤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 세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단종된 샴페인 있지 않습니까? IMF 샴페인.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했던 샴페인. 그런데 그 샴페인을 터뜨려서 누군가 마셨다면 바로 이 세대가 젊은시대를 이제 경험을 했던 세대인데. 이 세대들이 인생 중간정산을 하면서 마인드 전환을 해서 욜로 세대가 됐다고 해석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제주로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긴다. 제주로 옮긴 사람을 주제로 취재를 해 보셨던 모양이네요.
◆ 고재열> 제주에 그래서 문화이민, 제주 문화이주자 그런 테마로 해 봤는데 처음에 봤을 때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러니까 제주에 내려갔는데 대책이 없더라고요. 그냥 왜 내려왔냐 그러면 좀 무작정 쉬려고 왔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하는 그런 표현을 하지 않습니까? 멍 때린다. 멍 때리러 오는 시기, 그 시기도 한 1년은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거기에서 자신의 삶의 어떤 의미를 찾는 그런 움직임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 정관용> 별 준비 없이 그냥 간다. 그리고 한 1년 정도를 별 일도 안 하고 쉬면서 그러면서 뭔가 일을 찾는다.
◆ 고재열> 그리고 재미있었던 게 그런 분들이 시간이 지나서 가보니까 다 자기 자리를 찾더라고요.
◇ 정관용> 뭔가 하고 있어요?
◆ 고재열> 네.
◇ 정관용> 그래요? 그런데 한국형 욜로의 흐름 어떻게 진행이 됐다고 봐야 될까요.
◆ 고재열> 저는 그 맹아는 제주 올레였던 것 같습니다. 여행의 속도를 늦추고 그리고 길 주변의 생태계를 가꾸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좀 제주 올레가 의도했던 방향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어요. 제주 올레는 원래 할망숙소, 마을기업 이런 것들을 만들어놓고 올레길을 통해서 걷는 사람들이 어떤 지역 주민들과 그런 생태계를 만들기를 원했는데 독특한 생태계가 생겼습니다. 이 올레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그 길옆에다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또 카페를 만들고 그래서 다른 올레길들을 붙들고 그리고 또 이제 그런 게 충분히 생겼다 보니까 또 밥집, 술집이 생기고 어떤 제주가 확장된 도시, 홍대 옆 제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런 공간이 되고.
◇ 정관용> 홍대 옆 제주라는 말이 있어요?
◆ 고재열> 네. 마치 이 자연에 있는 홍대 옆 같다, 홍대 앞 같다 그런 표현인데요. 제주에 이런 아지트가 생기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도 좀 다른 의미로 거기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관광지를 단순히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을 찾아가는, 마치 고향을 찾아가는 기분으로 또 찾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올레길을 걷던 사람들이 그 한 귀퉁이에 게스트하우스, 카페, 밥집, 술집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해서 정주하며 사는 사람들의 특징 같은 게 있던가요?
◆ 고재열> 이제 그 사람들이 나타나는 특징은 처음에 내려갈 때는 다들 지쳐 있었던 공통점이 있었던 거, 그리고 상처를 입었고. 그리고 거기 내려가서 할 때 큰 욕심을 부리는 분은 없었습니다. 제주에 가서 내가 관광 사업을, 렌트카 사업을, 뭐를 어떻게 크게 해 보자 이런 분들은 아니었고 단지 나는 벌어놓은 돈들이 많거나 아주 그래서 쓰기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니 여기에서 어느 정도 이제 벌이는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의 생각으로 벌이를 만들고. 그리고 여기에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나 혼자라도 좋다, 그런 마인드로 좀 느슨한 창업? 그런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인생 이모작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까지 가꿨던 경작과 다른 것들을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제주로 이사 간 사람들은 기존에 하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거죠?
◆ 고재열> 그러니까 제주의 산업구조가 서울에서 하던 일들을 그대로 유지해 가면서 할 수 있는 그런 구조는 아니거든요.
◇ 정관용> 아니죠.
◆ 고재열> 그런데 그중에는 유달리 취미를 직업으로 승화시키는 그런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공방이나 이런 것들을 하면서. 그래서 그런 새로운 삶을 그런 식으로 개척해나가는 걸 봤는데. 저는 이것이 이 욜로의 어떤 기치와 일치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2011년에 욜로라는 말이 나올 때 우리나라에 와서는 5년 정도 지나서 유행을 했지만 제가 봤을 때는 이미 우리도 그 시기에 욜로는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고재열 기자가 주로 이제 성공적으로 정착한 분들만 주로 얘기한 거 아니에요?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오시는 분도 꽤 있던데요.
◆ 고재열> 다양한 양상들은 나타나는데 그 세계가 그런 실패자를 포용해 줄 수 있는 품이 없느냐가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내려가신 분들은 큰 욕심을 부렸던 분들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리고 또 거기에 이렇게 다 어떻게 보면 집단 심리치유처럼 다들 그런 상처를 받고 이렇게 오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같이 지탱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고재열 기자가 생각하는 욜로는 뭐예요?
◆ 고재열> 지금 욜로가 너무 어떤 인생의 모험처럼 돼 있는데 그 모험은 지속 가능해야 또 모험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촐라체라는 고산을 등정하다가 크레바스에 빠진 후배를 구하고 손가락 8개를 잃은 산악인 박정헌 대장이 있는데. 그분이 이제 산악인의 모험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산악인이 고산 등정을 할 때는 산을 오를 용기가 났을 때 하는 게 아니라 산을 오를 수 있는 계산이 섰을 때 위험에 대해서 계산이 섰을 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험은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당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계산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하는데 욜로에 대해서도 저는 그런 비슷한 공식을 세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어떤 인생 급변침처럼 그렇게 가진 것을 너무 놓아버리는 거보다는 어떤 자신의 남은 인생에 대한 계산 안에서 거기서 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것들이 좀 지속 가능한 욜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정관용> 온갖 소비의 마케팅 용어로 욜로를 막 아무데나 갖다 붙이고 있는데 진짜, 진짜 내 삶은 한 번뿐이다, 내 삶을 한 번 돌아보자. 이건 필요하다는 거죠.
◆ 고재열> 그렇습니다.
◇ 정관용> 필요하지만 너무 급변침해서는 안 된다. 계산 좀 하고 변화시키자?
◆ 고재열> 그렇죠. 아까 말씀하셨듯이 이렇게 갑자기 급변침하면서 너무 어렵게 되면 주변 사람들까지 부담스럽게 만들잖아요.
◇ 정관용> 맞아요. 그런데 그 정확한 중간점 정도를 딱 가기가 쉽지 않아요.
◆ 고재열> 그건 맞습니다.
◇ 정관용> 너무 또 주저주저하다가 머뭇머뭇거리다 보면 변침을 못하거든요.
◆ 고재열> 그래서 욜로가 지렛대로서의 의미는 있는 것 같습니다. 주문처럼 하다 보면 자신의 인생에 어느 나이인가 어느 기점에선가는 이게 인생의 다른 이모작, 삼모작으로 가다 보면 그런 어떤 지렛대적인 쉼표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고재열 기자는 언제 이모작 시작할 거예요?
◆ 고재열> 사실은 그때를 카운트다운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뭘 하시려고요?
◆ 고재열> 그런데 이제 그때는 제가 이제 뭘 정말 좋아하는지를 지금 한번 더 찾아보고 있고요. 그래서 그 찾아보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과연 그것을 가지고 내가 생업으로서 영위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도 판단해 보고. 그런데 이제 그런 다른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지금 일하는 것도 스트레스도 덜 받고 재미있더라고요.
◇ 정관용> 그러면서 또 계산도 하고 위험성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준비도 좀 하고 있습니까?
◆ 고재열> 계산과 함께 각오도 한번 다져보고요.
◇ 정관용> 그래요. 인생 이모작을 펼치는 고재열 기자의 욜로 언제쯤 가시화될지 한번 지켜봅니다. 오늘 수고하셨어요.
◆ 고재열>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시사IN의 고재열 기자였습니다.
몇번 일부만 다녀본 것으로 단언하긴 어렵지만
제2의 도시라 하는, 부산은 서울이나 위성도시 (판교, 분당 등) 대비해서 아직 개발이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가와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 같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