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박스 박동명 대표의 창업기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분의 창업기인데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라 생각이 든다.

다만, 나는 회사를 처음 세울 때 부터 도와주리라 “믿었던 사람”은 없어서
그에 따른 실망도 없었다.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없었던 점은 참 다행스럽다.


브랜드박스 박동명 대표의 창업기

서울대 경영학과→대기업→창업하면 다 성공?
창업하고 5년간 대출과 빚으로 간신히 버텨
믿었던 사람보다 ‘의외의 사람들’이 더 도와줘
잡상인 취급 땐 “이러려고 서울대 갔나” 자괴감
스펙·편법 보다 좋은 제품·고객과 신뢰가 우선

모바일 웹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브랜드박스’ 박동명 대표입니다.

최근에 유니콘 기업 창업자 절반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카이스트’고 학벌 편중이 심하다는 기사를 봤어요. 성공한 사람들 기사에 보면 꼭 OOO 졸업, OOO 출신을 강조하더라고요.

이런 기사들을 보면 소위 ‘SKY’ 나온 졸업생들은 다 능력 있고, 사업하면 성공할 거 같잖아요. 명문대 졸업→대기업 재직→창업→성공이란 공식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매년 수천 명씩 쏟아지는 ‘SKY’ 졸업생들이 다 성공하거나 성공했을까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대기업을 다니다 브랜드박스를 창업한 박동명 대표. 박 대표는 “창업 후 8년간 회사를 운영해 보니 서울대 간판이나 대기업 스펙보다 튼튼한 다리와 상처 덜 받는 강심장, 상대방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병헌 미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박동명
명문대 졸업→대기업 재직→창업까지는 했지만 아직 성공은 못한(꼭 성공할 거라 믿지만) 제 경험을 들려 드릴게요. 제가 능력이 있고 없고의 관점보다는 창업이나 개인사업체를 운영할 때 어떤 게 중요한지 같이 고민하는 의미로 봐 주세요.

초·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어요. 청주 운호고등학교를 다닐 때 여름에 더우면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쉬는 시간에도 공부했으니까요.

어느 정도 자신 있어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지원했는데 덜컥(?) 떨어졌어요. 공부로 받은 첫 번째 충격이었죠.
1년간 서울 노량진에서 절치부심하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다행히 성적이 잘 나와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지원했고 합격했어요.

대학 생활은 적당히 공부 하고 적당히(?) 놀기도 했어요.(웃음)

첫 직장은 광고 회사인 LG애드였어요. 이후 제일기획, 쇼박스 마케팅팀장, 베니건스 마케팅팀장, 참살이L&F 마케팅팀장, 파리바게뜨 광고 프로모션 부문장, SPC 미래전략실 브랜드 이노베이션 팀장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어요.

직장인들이 “언젠가 나도 창업하고 말 거야”라고 꿈꾸는 것처럼 저도 창업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었어요.

그때는 ‘사장이 되면 자유로운 시간이 생기겠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다 내 거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대부분 그렇듯이 머리로는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몸은 술 마시거나 놀고 있었죠.(웃음)

간혹 아이템을 찾고 이런 서비스나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했지 정작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 또 익숙하고 편한 길을 벗어나 모르는 길로 가려니 두렵기도 했죠.

그러다 2013년 정말 우연한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됐어요. 어느 날 제가 현재 하고 있는 ‘브랜드박스’의 모태가 되는 솔루션을 알게 된 거예요.
그 솔루션은 지금과는 다른 방향이었지만 제가 해왔던 일의 연장선인 마케팅 관점에서 고객의 요구를 접목하면 ‘뭔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이직 제의까지 들어와서 새로운 직장으로 갈 것인지, 창업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했어요. 이 솔루션이면 성공의 길이 보일 것 같아 창업을 결심했어요.

제 창업 아이템인 ‘브랜드박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알리고 싶은 모든 콘텐츠를 모바일용으로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에요.

모바일웹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 코딩도 알아야 하고 웹디자인도 알아야 하고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해요. 그런데 브랜드박스 솔루션을 활용하면 파워포인트처럼 누구나 쉽고 빠르게 모바일웹을 제작할 수 있어요.

모바일이 대세가 되면서 인쇄업이 주력이던 디자인 회사들이 많이 힘들어졌어요.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인쇄에서 카카오톡 채널이나 SNS 등 모바일로 옮겨 갔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술 장벽 때문에 기존 인쇄를 하던 디자인 회사가 모바일웹 시장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브랜드박스는 이런 장벽을 극복하게 도와줘요. 디자인 회사들은 기존처럼 기획력과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하고 기술은 브랜드박스 솔루션을 이용하는 거죠.
많은 디자인 회사들이 브랜드박스를 활용해서 클라이언트를 영입하고 모바일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모바일웹을 만드는 솔루션은 여러 개 있지만 저희처럼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솔루션 은 아직 못 보았어요.(웃음)
브랜드박스 솔루션에서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미지나 텍스트가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는 거예요. 또 솔루션으로 모바일웹을 제작하게 되므로 제작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요.

그래서 제작을 끝내고 알려주면 클라이언트가 “벌써 다 했어요?”라며 놀래요.(웃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모바일웹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죠. ‘가성비’가 좋은 게 최대 장점이죠.

브랜드박스 창업할 때는 서로 제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찾아오고 그러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10년 안에 브랜드박스 아카데미가 전국에 생기고, 전 세계에서 저희 브랜드박스 솔루션을 사용할 거라고 믿었어요.

박동명 대표가 브랜드박스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박동명
인쇄 쪽 비즈니스를 하시던 분들이 모바일로 쉽게 넘어올 거라고 판단했고 브랜드박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비즈니스가 자리 잡으면 여기에 크로스 광고 (타깃이 같은데 서로 타깃을 교류할 수 없는 클라이언트들의 콘텐츠에 교차 광고를 하는 것)까지 더해 새로운 광고매체로도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다음 단계 사업 구상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혼자만의 착각이었죠.(웃음)

책상에서 생각한 기획서와 현실은 정말 차이가 많았어요. 기업이나 디자인 회사는 새로운 것에 대한 니즈(needs)는 있지만 쉽게 도전은 못하더라고요.

창업 초기에 매출이 거의 없으니 하루하루가 미칠 지경이었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책상에 앉아 있어도 집중이 안 됐어요. 그래서 발로 뛰는 영업을 하자고 마음먹고 인쇄 디자인 회사와 병원, 보험회사 대리점 등을 무작정 찾아다녔어요.

3층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를 방문했을 때였어요. 처음이라 쑥스럽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가 덜 돼서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여기서 계약 따봤자 얼마 벌지도 못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드는 거예요.

그래도 일단 들어갔죠. 카운터 여직원에게 “진료받으러 온 게 아니라 저희 제품이 병원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원장님께 설명드리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제 얘기를 듣던 여직원이 원장님이 안 계시다며 다음에 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여직원에게 저희 회사 브로슈어와 핸드폰 샘플을 보여주고 원장님께 전달해 달라고 했죠.

설명을 다 듣고 나더니 “사실 원장님 방에 계세요. 들어가 보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병원에 오는 수많은 영양가 없는 영업맨이라고 생각했는데 브랜드박스 브로슈어가 마음에 들었나 봐요.

인쇄 디자인 회사 찾아다닐 때는 더 심했어요.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 직원들이 눈과 손은 일을 하면서 입으로만 저랑 대화를 하더라고요. 완전 유령 취급이었죠.
이런 경우는 창업 초기에 일상이었어요. 이런 대우를 받고 영업도 안될 땐 솔직히 “나 그래도 서울대 나온 놈인데…”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서울대나 대기업 등 ‘내가 말이야 왕년에~’라는 생각을 하면 이 사업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스펙이라고 생각했던 서울대니 대기업이니 이런 것들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은 마음을 비웠어요. 솔직히 내려놓으니까 상처 덜 받아서 좋아요.(웃음)

창업 1년 차에는 자본금으로 그럭저럭 버텼는데 2년 차부터 지옥같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어요.
1년 차는 세상에 브랜드박스를 알리는 투자의 시간으로 생각을 하고 2년 차부터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어요.

그렇게 버텼는데 2년 차가 돼도 달라진 게 전~혀 없었어요. 통장은 금세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졌죠.
요건이 되는 정부 지원 자금은 당연히 받았고 그 돈이 떨어지면 집 담보대출을, 그 돈도 떨어지면 보험대출, 또 그 돈도 떨어지면 누나에게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했어요.

이렇게 대출과 빚으로 회사가 자리 잡을 때까지 무려 5년을 버텼어요. 창업하고 5년 정도 ‘존버’하니까 돈 안 빌리고 회사를 운영할 정도까지는 됐어요.
그렇다고 지금 엄청 돈을 잘 버는 건 아니에요. 여전히 매일, 매주, 매달을 전쟁하듯이 영업하고 일하고 있어요.

창업 초기에 매출이 없거나 시장 반응이 시원찮으면 빨리 사업을 접었을 텐데 제안서를 넣고 이야기를 해보면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쉽게 포기하지도 못하고 미치겠더라고요.

이렇게 문을 닫을 수는 없어서 계속해서 샘플 콘텐츠를 만들고 오히려 시스템을 개선하는 투자를 했어요. 물론 대출과 빚으로요. ㅠㅠ

박동명 대표가 한 고객이 의뢰한 모바일 브로슈어 1차 시안이 나오자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박동명
그러자 대기업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부문에서 브랜드박스로 만든 모바일웹을 사용하고 성과를 내기 시작했어요. 성공사례를 모은 뒤 다시 인쇄 디자인 회사들을 찾아갔어요. 이렇게 브랜드박스 솔루션을 활용하는 디자인 회사(저희는 브랜드박스 파트너사라고 불러요)를 조금씩 늘려갔어요.

직장인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잖아요.
저는 광고 대행사에서 AE 생활을 오래 해서 이 워라밸 자체가 불가능(?) 했어요. 그래서 창업을 하면 워라밸을 꼭 하자고 결심했었죠.

(또)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창업하고 워라밸은 커녕 지금까지 휴가도 마음 편히 가본 적이 없어요. 직장인일 때 술 마시면서 “나 없으면 이 회사 안 돌아가~”라며 큰 소리 치지만 내가 없어도 회사는 더 잘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창업을 해보니 제가 없으면 진짜 회사가 안 돌아가요.(웃음) 그래서 잠시도 쉴 수가 없어요. 매출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워라밸이 가능할 텐데 전 아직도 가물가물해요.ㅠㅠ

창업해 본 분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월급 받는 위치에 있을 때와 월급 주는 위치에 있을 때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요. 진짜 ‘너~~~무’ 달라요.

직장인일 때는 “월급날 아직도 멀었어?”라며 놀라는데 사장이 되니 “벌써 월급날이야?”라며 놀라는 거예요. 전에는 ‘빨간 날’이 적다고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빨간 날이 왜 이렇게 많게 느껴지는지.(웃음)

브랜드박스가 만들어온 모바일 브로슈어·모바일 카탈로그라고 하는 이 시장이 많이 성장했어요. 창업 초기에는 이런 검색어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검색량이 꽤 늘었고 광고비 지출도 5년 전에 비해 3배 이상이 증가했어요.

저만의 영업 비밀(?)도 있어요.
고객사의 담당 직원이 이직을 하게 되면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생겨요. 이직한 회사에서 저희 브랜드박스를 또 활용해 주거든요. 그래서 전 담당했던 분들이 이직하면 좋아해요.(웃음)

회사를 운영하면서 경험해보니 학연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하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애매해요.
서울대 동문이라고 무조건 도와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한 동기생이나 선후배가 간혹 도움이 될 때가 있기는 해요. 아~주 가끔요.

지인이 식당을 개업하면 처음에 한두 번은 방문을 하겠죠. 그렇지만 자주 가게 되는 것은 지인이 아니라 식당의 맛과 서비스 만족도가 결정하는 거잖아요.

학벌이나 학연·지연·혈연으로 반짝 고객은 만들 수 있지만 단골은 만들 수 없다고 봐요. 제 경험으로 봐도 학벌이나 학연·지연·혈연 ‘약발’은 1년도 못 가요.

박동명 대표가 브랜드박스 솔루션을 이용해 만든 모바일 웹 결과물을 검토하고 있다. / 사진제공=박동명
오히려 회사를 여러 군데 이직하게 되면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광고·영화·외식·막걸리·빵 프랜차이즈 등 여러 업종을 거치며 익힌 업무도 도움이 됐죠.

회사를 운영해 보니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게 돼요.
창업하면 나를 꼭 도와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제가 창업했다고 하니까 아이템을 물어보더니 제 사업 아이템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하더라고요.

그 아이템은 이래서 힘들 거 같다거나 내가 아는 사람이 비슷한 거를 하는데 잘 안됐다느니, 왜 그 아이템을 했냐라는 등 사업 아이템에 대한 ‘성적’을 매겼어요.
제가 꼭 도와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도움이 안 됐어요.

그런데 저랑 별로 안 친하거나 알고만 지냈던 분들이 있어요. 솔직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형편이라 이분들께도 연락을 드렸어요. 대부분 잘 될 거라며 격려해 주더라고요.
그러고는 불쑥 연락해서 저희에게 일을 주거나 거래처를 소개해 주는 거예요. 이런 분들 덕분에 창업 초기에 무너지지 않고 그나마 버틸 수 있었어요.

도와줄 거라 믿었던 사람들은 못 본척하고 오히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평소 친하지도 않던 저를 도와주는 걸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이후로 직장인일 때 제가 버릇없게 굴었거나 서운하게 해 상처를 받은 분들을 찾아가 죄송하다가 사과했어요.(혹시 미처 사과드리지 못한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정말 죄송했습니다)

창업을 생각하거나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언젠가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아이템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사업 아이템 발굴과는 관계없이 미리미리 해두면 좋은 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부 지원 제도에요. 창업 지원과 관련된 예산도 있고 또 일자리 창출에 관련된 예산도 있어요.

저는 이런 지원 제도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창업했어요. 정부 지원금은 매출이 없거나 적은 창업 초기에 고통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해요.

회계도 꼭 공부를 해두는 게 좋아요.
창업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중요해요. 잘 정리된 회계는 회사 얼굴이나 마찬가지라 투자를 받거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때 중요한 요소가 돼요.

또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말해줘요.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다니는 것도 좋지만 3년 정도마다 새로운 일을 해보라고 적극 권해요. 그러다 보면 사회적 네트워크도 넓어지고 다양한 업무에 대한 경험도 쌓여 창업할 때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돼요.

대학생이라면 바로 창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2~3년은 직장 생활을 해볼 것을 추천해요. 특히 창업 아이템의 고객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라면 회사 경험이 더 필요해요. 회사에서 어떤 프로세스와 어떤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창업은 무엇보다 아이템이 중요하다고 봐요.

한 전자제품 홍보 인쇄물을 브랜드박스 솔루션을 이용해 모바일 웹으로 만든 모습. 박대표는 “브랜드박스 솔루션을 이용하면 어떤 콘텐츠든 모바일용으로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박동명
가끔 50년 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간직한 채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봐요.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다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우고 싶어요. 저도 그렇고 소위 명문 대학을 나와도 재테크도 제대로 못하는 ‘금융 문맹’이 널렸어요.

저희 세대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회사를 가면 미래가 보장되는 시대였어요.
그런데 1990년대 말 IMF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좋은 대학이 미래를 보장하는 시대는 거의 끝났다고 봐요.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제 재능과 사람들이 기꺼이 지불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을 결합시키는 것들을 많이 고민할 거 같아요. 또 재테크 등 금융 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웃음)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딸과 2학년 아들과 경제나 금융에 대해 자주 대화하려고 노력해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에 나오듯 ‘경제적 독립’을 빨리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심어 주려고 하는 거죠.

저는 대학 졸업장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제 아이들이 대학을 안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 취미로 하려고 하는 건지 그것을 통해서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할 거 같아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대학이 중요하지 않거나 바로 시작해야 할 시기라면 당연히 대학을 건너 뛰는 것에 찬성할 거예요. 대학은 일을 하다가 필요하면 갈 수 있으니까요.

여전히 브랜드박스를 국내가 아닌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던 회사들이 수 백억씩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 딴 선수만 열심히 한 건 아니잖아요.
학교 간판이 나를 대변하는 시대는 끝나 가고 있어요. 그러니 모두 포기하지 말고 자기 능력과 발품을 더 믿자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