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팅
지인 소개로 이 업계의 다른 분야에서 창업을 하신 분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소개를 해주셔서 만날까 말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래도 소개해주신 성의와 나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약속을 정해보았는데
나보다 아마도 10여살 나이가 많으신 이 분의 태도는
이메일에서 좋게 말해 시크함이 넘쳤다.
어떤 사람일까 미리 가늠이 되었지만 그대로 만나보기로 했다.
만나보니 생각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자신을 M&A를 하던 I-banker 출신이라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뭐 어쩌라고, M&A는 내가 당신보다 더 했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3rd tier i-bank에서 advisor로 일한 경력을
principal로 일한 나에게 들이밀면 뭐 어쩌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그 전에는 어느 회사 다녔냐고 물어봐서 대충 컨설팅 회사 다녔다고 했다.
미팅 전반적으로 나를 아래로 깔아보는 느낌이 강해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지만
나 역시 뭐 누가 깔아보면 그냥 그러세요 하는 마인드였고
그보다는 어떤 사업을 구상하는지 알기 위함이었으니 상관없었다.
매우 자신만만했고
지금까지의 많은 사업들이 “문제를 제대로(혹은 아예) 정의하지 않아서”라며
자신은 문제를 정의하였다는 태도를 보였다.
S/W를 무료로 배포하고도 (사용률에 대해 언급 없이) “점유”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업의 구상이 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좋았다.
그 분이 언뜻 언뜻 말하는 것에서 사업의 대략적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고
나도 현실에 매몰되어 있다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보람이 있었다.
이런 fresh한 시간을 더 가져야할텐데
아직 중간관리자도 없어서 혼자서 몸으로 때우는 안타까운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