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네 가지 함수의 곱(?)

기사를 우연히 발견하고선
이 기사가 실제 강연을 잘못 요약했기를 바랬다.

타아밍, 전문성, 인맥, 돈이고
하나라도 0이면 전체 값은 0이 된다니…

단편적이고 또 오만하다.


[매경 CEO특강]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 이화여대서 강연

“창업은 네 가지 함수의 곱입니다. 각각 타이밍, 전문성, 인맥, 돈입니다. 하나라도 0이면 전체 값은 0이 됩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김태경 대표가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매경CEO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6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창업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면서 네 가지 함수가 각각 어떻게 작용했는지 설명했다.

김 대표는 P&G, 베인앤드컴퍼니 등 회사를 다니면서 수제맥주에 빠진 ‘맥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수제맥주 제조 자격증을 따고, 맥주를 많이 접해보기 위해 네덜란드 근무를 자원하는 등 맥주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좋아하는 취미라고 해서 곧바로 맥주로 창업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내가 뛰어들거나 투자하려는 회사가 하는 사업이 충분히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수제맥주 창업에 대해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내가 생각한 답은 항상 ‘노’였다”고 회고했다.

그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잘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우리나라는 카스·하이트 2개 대기업 과점 체제가 견고한 데다 맥주는 소주에 타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맥주 자체를 즐기고 개성 있는 맥주를 소비하는 문화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김 대표는 “그러다 2016년 답이 ‘예스’로 바뀌었다”면서 “그때 수제맥주 시장이 무르익었고 관련 규제가 풀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가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은 모두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된다”며 “한국처럼 규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더 그렇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본인이 사업하는 데 답답했던 부분인 주류 배달 합법화, 야외 영업 합법화 등을 위해 노력했고, 이는 규제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로, 그는 전문성에 자신이 있었고 준비가 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맥주 전문가이기도 하고 P&G, 베인앤드컴퍼니 등을 다니며 경영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P&G에서 프링글스, 페브리즈 등 소비재 마케팅을 직접 해봤고, 베인앤드컴퍼니에서는 전략과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타이밍이 올 때까지 꾸준히 경험과 능력을 쌓았던 것이다.

세 번째로, 인맥 측면에서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구축했던 네트워크가 사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맥덕들과 만든 맥주계 인맥,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은 식품회사 인맥 등이 모두 큰 도움이 됐다”면서 “2002년 사회초년생 때 인연을 맺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의 인연도 창업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장 의장이 스타트업 관련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면서 많은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을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가 창업하는 데 필요한 초기 투자도 장 의장이 창업했던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받았다. 2017년 2월 본엔젤스 외에 알토스벤처스 등의 투자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수제맥주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네 번째 함수인 돈 문제도 해결해준 것이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2021년 2월 8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고 이천 브루어리 증설을 최근 완료했다.

김 대표는 창업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공동창업을 권하지만 지분은 한 사람에게 몰아줘야 한다”면서 “투자자들도 사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 확실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할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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