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회장

신격호 회장이 며칠전 세상을 떠났다.

신격호 회장의 모습을 딱 한번 본 적 있다.
광화문에서 일하던 시절 평일 저녁에 롯데 에비뉴엘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려했는데
조금 늦게 입장하던 차였다.

노신사가 주변 경호원 한두명의 보호를 받으면서 걷고 있었고
신격호 회장의 공식 사진은 언제나 오래전에 촬영된 근엄하게 웃고있는 모습 뿐이었지만
구부정하게 걷는 그가 신 회장임을 알아보았다. 사진과 달리 많이 노쇠해보였다.
아닌게 아니라 모퉁이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은 ‘회장님 지나가십니다’라고 무전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때 이미 80대 후반이었을텐데 현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레전드 중의 레전드
그리고 저평가 받는 기업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거화취실” (신격호 명예회장 집무실에 걸려있는 액자의 글귀로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는 의미.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도 혼자 서류 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등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한 것으로 알려짐)

▲ “몸에서 열이 나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기업에 있어서 차입금은 우리 몸의 열과 같습니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신 명예회장은 무차입 경영 원칙을 고수해왔음. 롯데는 무차입 경영 원칙 덕에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짐)

▲ “상권은 주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로 만들어나갈 수도 있어야 합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부지는 당초 유수지였고 인근에는 참외밭밖에 없었음. 잠실점 건립 당시 임직원들이 배후 상권이 없어 장사가 안될 것을 걱정하자 신 명예회장은 이 말을 강조하며 “2년 안에 명동만큼 번화한 곳이 될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짐)

▲ “앞서가는 호텔, 그것은 롯데를 말한다” (1998년 3월 24일 롯데호텔의 경영방침에 대해 장성원 당시 롯데호텔 사장에게 내린 방침)

▲ “대단히 부끄럽고 슬픈 일이며 이번 일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해 드려 송구하다” (1999년 3월 10일 부친 유해 도굴 사건의 범인이 검거된 후 다시 한번 부친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일본에서 귀국하는 길에)

▲ “국내 1위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기업 롯데’를 염두에 두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05년 1월 25일 신년사)

▲”롯데는 어느 기업보다 앞서 현장에 있는 고객의 뜻을 먼저 알아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동료로부터, 협력회사로부터 직접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라” (2006년 1월 9일 신년사)

▲”새로운 돌파구는 현장에서 마련한다는 각오로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라.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는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끊임없이 추진돼야 한다” (2008년 12월 31일 신년사)

▲”글로벌 시장에서 롯데라는 브랜드가 `믿음을 주고’, ‘창조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이미지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2009년 12월 30일 신년사)

▲ “축적해 온 핵심역량을 심화하고 획기적으로 혁신해 나갈 때 미래성장동력 발굴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2010년 12월 31일 신년사)

▲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2012년 1월 2일 신년사)

▲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이곳이 시민들이 사랑하고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싶어하는 명소가 되도록 하라” (2015년 5월 22일,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찾은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