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조정

이게 뭔가 싶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중앙일보
영세업 돕는다더니 … 스타벅스 웃고 미용실 울상
기사입력 2018-01-23 00:07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큰 소매업종의 부담 경감을 위해 소액결제일수록 낮은 카드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습니다.”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를 열고 7월로 예정된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을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18일 서울 신림동 김밥집을 찾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장 실장은 “2000원을 팔아도 카드 단말기 공급 회사(밴사)가 95원을 가져가는데 이제 4원만 내면 된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를 홍보했다.

그런데 수수료 체계를 바꿔서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반쪽짜리였다. 정부 정책대로 하면 오히려 일부 업종의 소상공인은 되레 카드 수수료가 올라갈 수 있어서다.

정부가 지난 18일 최저임금 인상 보완대책으로 내놓은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안의 핵심은 밴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부과 방식을 정률제로 바꾸는 내용이다. 지금은 건당 결제금액이 얼마이든 밴사가 약 100원을 가져간다(정액제). 그런데 7월 말부터는 전체 가맹점에 대해 카드 결제대금의 0.2%를 밴 수수료로 떼기로 했다(정률제). 예컨대 지금은 1만원씩 10번 결제하면 밴 수수료가 1000원, 10만원짜리를 1번만 결제하면 밴 수수료가 100원이다. 그런데 정률제로 바꾸면 결제 횟수와 상관없이 10만원의 0.2%인 200원을 떼게 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정률제 도입으로 가맹점의 밴 수수료가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기준선은 건당 평균 결제금액(객단가) 5만원이다. 평균 객단가가 5만원이 안 되는 가맹점은 수수료 인하, 5만원이 넘는 가맹점은 수수료가 인상된다.

신진창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객단가) 5만원이 넘는 홈플러스·이마트 같은 대기업이 부담을 지고 다수의 편의점·수퍼마켓·제과점의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며 “일종의 대·중소기업 상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의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약 10만 개 가맹점이 평균 0.3%포인트(연간 270만원) 카드 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카드 가맹점은 266만 개에 달한다. 이 중 10만 개가 수수료가 인하된다는 계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연 매출액 5억원 이하인 225만 개 영세 가맹점은 어차피 0.8% 또는 1.3%의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번 수수료 개편 방안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카드 수수료율 부담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카드 수수료율은 밴 수수료에다 카드사 조달 비용 등 여섯 가지 항목을 고려해 결정한다. 전체 카드 수수료율이 1.3% 이하이면 원가보다 낮아 밴 수수료율을 낮춰도 별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신금융협회는 나머지 41만 개의 일반 가맹점(연 매출액 5억원 초과) 중 평균 객단가가 2만원 이하인 소액다결제 가맹점을 추렸더니 10만 개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역으로 수수료가 오히려 올라가는 가맹점은 몇 곳이나 될까.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수수료가 내려가는 가맹점이 있으면 올라가는 곳도 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낮은 객단가=소상공인, 높은 객단가=대기업’이란 공식이 항상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은 연 매출이 5억원을 넘는 곳이 많지만 객단가가 평균 1만원 이하다. 이런 업종은 소상공인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미용실·카센터·학원 같은 업종 중에 매출이 5억원을 넘고, 객단가가 5만원을 넘어 카드 수수료율이 올라가는 곳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음식점 중에서도 횟집·고깃집처럼 객단가가 높은 곳은 수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맹점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카드 수수료 인상 부담까지 가중되는 셈이다.

서영민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홍보국장은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미용실 2000~3000곳은 대부분 객단가가 5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정작 대형마트 같은 대기업은 수수료 협상에서 ‘갑’의 위치이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분을 카드사에 떠넘길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대로 하면 이론상으로는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려야 하지만 과연 카드사가 올려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게 업계의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