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대학교 때 몸담았던 동아리에서는
매년 봄가을에 신입회원을 받고
이들을 대상으로 졸업한 선배들과 만나는 멘토링이라는걸 한다.

졸업한지 어느덧 13년이 다 되어가고
나 말고도 좋은 선배들이 많을것이기에
참여의향을 묻는 이메일에 해외체류를 이유로 거절할까 하다가
한국에 돌아가는 11월에라도 나를 만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연결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답이 없다.
나같은 흘러간 백수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현역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별로였나보다.

잠시 아주 약간 씁쓸한 생각이 들었으나
호의로 한 것이고 경쟁이 아니니 그냥 호의를 보였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잊으려고 한다.

예전에 멘토링을 받았던 친구들은
시험 전날에 나를 보러왔음에도 만나고나서 후회가 안되었다던 사람도 있었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 정신차렸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보람이 있어서 이번에도 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을 남에게도 나눠주는 즐거움이 크니까.

그런 것을 안가져간 사람에게 내가 딱히 할 말은 없다.
아니면 나만의 착각에 빠져 내가 부족한 것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