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이런 용기 있는 학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학자로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형식까지 논평할 필요까지는 없다 생각하지만 (내용은 물론 공감함)


<파워인터뷰>“정부가 최저임금 보전?… 어느 나라가 민간임금에 세금 넣나”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어렵다, 반성한다, 안타깝다, 자괴감이 든다….’

얼핏 들으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세상살이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우리나라 경제학을 대표하는 학자라면 어떨까? 지난 7월 말 서울 마포구 서강대 남덕우 경제관(GN관)의 연구실에서 만난 남성일(63) 경제학부 교수는 부드러운 인상과 온화함 때문인지 정년을 2년여 남겨놓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앞으로 적어도 십수 년은 학생들과 어울려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제도가, 규정이, 그리고 사회가 그를 교문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지, 아니면 무겁게 할지, 어느 쪽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 해답을 보았다. ‘반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판단은 그의 말과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뷰 후 사진촬영을 위해 교정을 둘러보면서 일일이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는 세심한 노력에서 엿본 것을 근거로 한다.

남 교수는 경제학 중에서도 노동경제학을 전공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저러한 직함으로 새로 시작하는 정부에 노동과 경제 관련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자신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실행하는 정부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결국은 정부 ‘입맛’대로, 짜인 각본대로 가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했다. 그는 아직도 “경제학이 어렵다”고 말한다. 또 잘못 가는 방향에 대해 더 크게, 더 강력하게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는 “지성의 얇은 두께를 통탄한다”고 했다.

―도대체 노동이란 게 뭔가요.

노동은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제반 인적행위라고 봅니다. 여기서 키워드는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하고 그리고 행위는 인적행위죠. 인적행위에는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포함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도 포함되는 거예요. 많은 이가 앉아서 생각하는 것을 자꾸 불로소득이라고 하는데 그 뉘앙스를 보면 그 사람이 땀 흘려 일한 게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모니터 화면에서 주식가격을 보고 쉽게 마우스 클릭 몇 번 해서 이익을 얻었다고 불로소득이라고 하는데 제 관점에서는 불로가 아닙니다. 인적행위가 들어간 것이니까요. 그로 인해서 가치가 창출된 거죠. 가치 창출이 중요합니다. 가치 창출이 안 된 것은, 제가 볼 때는 쓸데없는 노동이고 이는 시장경제학적으로는 앞으로 없어지는 노동입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정신노동이 중요해졌습니다. 또 하나는 소비하고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내가 좋아서 혼자서 만들어서 하는 건 소비입니다. 프리랜서 기자를 예로 들어봅시다. 열심히 취재해서 기삿거리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데스크가 킬 했다, 그래서 셀프 프레스를 한다고 하면 이건 소비입니다. 노동이냐, 소비냐 하는 것은 가치창출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냐, 아니냐 하는 데 달린 것이지요. 현 정부와 제가 엇갈리는 부분이 이 지점입니다. 시장경제를 공부하는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가치의 인정은 시장에서 받는 것입니다. 20시간을 일했으니 20시간어치 돈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공급자적 논리죠. 20시간 일했어도 1시간 일한 것보다 못하다고 하면 안 주는 것이 시장의 논리입니다. 우리는 그에 대한 컨센서스(합의·동의)가 없어요.”

―현재 노동과 가치에 대한 인식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지금 정부에서 하는 걸 보면 21세기가 아니라 19세기 노동가치설로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마르크스 경제 하고 나서 소득주도 성장론을 말하는데 그것의 원천은 ‘Wage-led growth(임금 주도 성장)’라는 것입니다. 일부 이른바 좌파, 그리고 포스트 케인스학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것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임금’ 주도 성장을 ‘소득’으로 바꾼 게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건 경제학에서 보면 아주 구석진 것입니다. 가설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하나의 담론 수준이죠.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겪고 나서 소득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인식이 나와서 그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을, 경제성장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보자는 주장인 거죠. 마르크스가 지금 속으로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죽고 나서도 대한민국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정해졌으니 말입니다. 국내에서 누가 그걸 제대로 연구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대체 언제로 돌아가는가 싶습니다. 왜냐면 제가 스토리를 대충 압니다. 1970년대 데모도 하고 유치장도 들락날락했고 우리끼리 맨날 술 마시고 밤새 토론하고 하던 얘기니까요. 저도 한때 그 세계에 있었습니다. 혼자 밤새 임금주도 성장 모델도 그려봤고요. 저소득층이 소비를 많이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케인스식 총수요를 진작시켜서 간다는 기본적 아이디어를 가졌는데 이것은 공부하면서 보니까, 한쪽만 본 것이더군요. 노동경제학을 하게 된 게 그런 이유입니다.”

―공부하시면서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데요.

“저는 소득분배도 공부하고 싶고 노동의 가치도 공부하고 싶어서 미국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미국에서 사상적 전환이 일어났죠. 두 가지 실질적 사례가 있습니다. 두 가지 충격이라고 볼 수 있죠. 첫째는 하와이대 동아시아도서관인데 북한에서 나온 서적을 가장 많이 갖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를 접할 수 있어 좋았죠. 그런데 북한 책을 읽고 1주일 만에 실망했습니다. 소설이나 사회과학책이나 다른 책이나 다 똑같은 내용이었거든요. 둘째는 오프더레코드입니다.(남 교수는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해 얘기했다) 그런데 지금 2017년에 이게 무슨 망령입니까. 최근 정부가 ‘인간 중심의 경제를 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볼 때 인간 중심의 경제학은 ‘레토릭’(미사여구)입니다. 원래 경제의 알파 오메가는 다 인간입니다. 경제란 인간이 하는 것인데 왜 새삼스레 인간 중심이라고 하는 거죠? 안타깝게 여기는 지점이 그겁니다. 다양한 길을 놔두고 왜 한쪽 구석진 곳에 있는 것을 끌고 와서 포장도 유치하게 합니까. 그냥 이 정부의 정책 목표는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솔직하지 않습니까. 경제를 아는 사람이라면 웃기지 않겠어요? 외국 이코노미스트가 들을까 창피합니다. 그건 그만큼 정부가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봐요. 지엽말단의 일부를 끌고 와서 내세우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정책이 되려면 최소한 학문의 세계에서는 누구든지 아이디어는 낼 수 있지만 가설로 만든다고 한다면 과연 현실과 맞느냐를 실증 분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여러 차례 실증분석과 논리 전개가 됐을 때 이론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가설 수준도 안 되는 것을 정책 기반으로 삼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압니까. 세계 어느 나라에서 해본 적이 있나요? 임금주도 성장을 해 본 나라조차도 보완적인 방법으로 생각하지, 그걸 성장 동력으로 삼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5000만 인구가 사는 경제가 실험 대상이 됐다는 것입니다. 5~10년씩 가야 하는 경제시스템을 그렇게 실험하는 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그래서 걱정하는 거죠. 좀 실패하고 나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괜찮지만 전체 사회를 망가뜨리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요즘 경제정책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이 어떤 시기냐면 ‘한국’이라는 집이 그동안 만들어져서 개방경제 축으로 최소 30~40년간 왔는데 이 집이 잘못 지어졌다며 뜯어고치면서 첫째로 잡은 게 최저임금제라는 내벽을 허문 겁니다. 집이 쏟아져 무너지게 생겨서 사방에서 소리 지르니까 ‘1년만 해보고’라고 말했습니다. ‘쏟아지면 중소상공인을 지원해 대들보를 거기다 더 받칠게’라고 하는 격이지요. 어느 나라가 민간 임금에 국민 세금을 집어넣습니까.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 세금으로 보전하겠다고요?”

―지금 정부가 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요새 두 가지 머리에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는 ‘무식하면 용감하다’, 또 하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인데요. 그게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서 제가 느끼는 겁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은, 본인이 지금 어디 가는지 모르면서 하는 거면 용감한 거죠. 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니까 무식하게 보이는 거고요. 내로남불은 왜냐면, 제가 볼 때 지금 정부가 하는 게 어느 때보다 제왕적이에요. 그러면서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제왕적인 게 어딨습니까. 책임도 안 지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위원회(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만든다니요. 책임지겠다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국민투표나 평가를 받겠다고 하든가요. 위원회 결정에 따른다는 건 책임을 떠넘기는 거지요. 어마어마한 결정에 비해서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노동과 경제정책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경제적 측면에서의 큰 도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인구가 줄어들어서 생산인구와 소비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은 아직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못 가진 상태입니다. 국민 마음속의 기대심리는 소득 4만~5만 달러인데 격차가 크죠. 이걸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둘째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경제시스템 개선을 해서 경제적인 성장, 그리고 어떤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하는 컨센서스가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시스템을 조금씩 바꾸는데 그 포인트가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복지시스템,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요. 독일의 하르츠 개혁, 프랑스가 지금 추진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개혁을 안 하고 포퓰리즘으로 가는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은 망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난 40여 년간 경제성장 과정에서 써온 시스템 중 여러 가지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인 게 많이 생겼어요. 과도하게 규제가 많아졌고 정부 부문이 방만해졌죠. 그런 부분들을 고쳐야 합니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는데 이걸 맞춰 가려면 생산성이 올라가야 합니다. 노동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들의 기대치와 생산성입니다. 우리 사회의 비극은 기대치는 높은데 생산성이 못 따라가는 언밸런스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역전시킬 그 어떤 방안이 없이 자꾸 기대치만 올려놓고 있습니다. 청년수당이다, 휴가비다 지원하면서 기대치를 잔뜩 올려놨지요. 이제 사람들도 불안해하고 ‘과연 될까’하는 분위기예요.”

―최근의 증세 논란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근 ‘곳간을 열라’는 표어를 봤어요. 이는 거의 불법을 넘어서 헌법을 그냥 무시하는 것이죠.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플래카드로 대로에 붙여놓을 수 있습니까. 헌법상 소유권이 명시된 나라에서 말입니다. 지금 경제 현실과 기업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정치하는 이들이 대부분 한 번도 세금 내는 경제활동을 안 해 본 이들입니다. 정당이나 로펌에서만 경험을 쌓은 이들이 민간 영역에서 세금을 직접 내고 직원을 한 명이라도 둔 사업체를 경영해 본 이라면 그런 말 못합니다. 경제 현실이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데 곳간을 열면 뭐든지 될 것처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지식인으로서 통탄하는 게, 지성의 두께가 얇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사람이 없어요. 그건 지성이 얇다는 것이죠. 나아가서는 우리 국민의 경제에 관련된 의식이 상당히 잘못된 교육, 프로파간다(선전)에 의해서 왜곡된 게 사실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경제에 대한 교육이 너무 잘못됐어요. 우리는 돈이 많은 사람은 운이 좋아서 많다고 생각합니다. 죽어라 노력한 것을 인정 안 하죠. 오히려 그것을 뺏어야 한다고 정부 자체가 몰고 갑니다. 그러면 기업가 정신이 안 나옵니다. 그동안 돈을 번 이들이 얼마나 애를 썼는가, 빵집 하나만 경영해도 빵을 다 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 그걸 생각지 않고 운이 좋아서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돈 번 노력에 대한 인정만 해줘도 그들이 알아서 세금을 더 내려고 할 것입니다.”

―기업들은 격화된 세계시장 경쟁에다 국내의 최근 정책사안(최저임금·증세 등)으로 아우성인데요.

“자동차만 봐도 7년 전에 비해서 지금 시장의 불확실성이 50배는 커졌습니다. 기술적으로 예전에는 내연기관 중심이었는데 어느 순간 전기차, 수소차, 각종 2륜 구동, 드론 택시 등 움직이는 수송수단에 대한 지평이 넓어졌고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이 시작되니까 모든 나라의 자동차 산업 이익률이 떨어졌습니다. 또 삼성과 애플의 치열한 경쟁이 숨도 못 쉴 정도입니다. 애플에서 가을에 뭐 나올까 언론은 말하지만 연구소에서는 내년 것으로 싸웁니다. 아차 실수하면 가는 겁니다. 많이 버니까 내놓으라는 것은 안 되죠. 지금은 뼈를 깎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 기업가들의 치열함에 대해 과연 정치인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고마워하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성장이 과연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까요?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 같아서 생존을 위한 결정을 합니다. 기업 경방이 한국을 떠난다고 하니 매국노라고 쉽게 비판하는데 그런 식의 시각이라면 대한민국 망합니다. 오죽하면 옮기겠습니까. 이 정도로 우리의 의식세계가 경직돼 있어요. 우리 상황이 비극인 게, 기술은 4차 산업혁명 말하면서 의식수준은 항일, 반미 시대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어요. 그 멘털을 갖고 정책을 씁니다. 그러니 정책과 현실이 안 맞아 비명을 지르는 것이죠.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불러들이는 것도 웃기고 기업들이 어떤 보따리를 펼칠지 그 걱정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적폐를 어쩌고’ 하는데 정말 적폐를 없애려면 기업인들 만날 필요 없습니다. ‘알아서 잘 하십시오’ 해야 하는 거죠. ‘혼내주겠다’고나 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는 어떻게 보셨는지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어색하죠. 대통령이 총수들 쭉 모아놓고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전근대적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기업하는 사람들은 기업 열심히 하게 해야지, 그렇게 모아놓고서 무슨 왕 앞에서 알현하는 것처럼 그런 형식이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또 그 앞에서 각 그룹사가 ‘우리가 뭐 어떻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도 사실은 맞지 않는 거죠. 여전히 정부가 위에 있고 기업이 그 밑에 종속돼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될 것 같아요.”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노조의 파업이 예고돼 있는데요.

“하투를 뒤에서 조종하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권력 분점 욕구가 강합니다. ‘우리가 정권창출을 그만큼 도와줬으니 내놓으라’는 인식이 꽉 차 있죠. 휴가철 뒤 기업이 아니라 정권을 압박할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적 입장에서 지금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자동차, 조선이나 산업 전반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하투를 하고) 그럴 땐가 싶습니다. 이미 이런저런 수당 합하면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말이죠. 과연 파업의 명분이 있나요? 또 그렇게 되면 문제는 지방경제, 협력업체는 정말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명분과 실리가 없는 것은 장기적으로 본인들에게도 해가 될 것입니다.”

―춘투니 하투니 하는 말은 언제까지 듣게 될까요?

“어느 정도 이후 성숙해서 없어질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졌어요. 왜 그러냐면 춘투, 하투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욕먹을 줄 아는 리더십인데 우리 정치인들이 욕먹을 줄 아는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네 정부에서 20년간 제가 말했어요. 제 면전에서는 ‘교수님 말이 맞는다’고 하고서는 ‘시기가 안 돼서, 혹은 장기과제’라고 핑계를 대면서 2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욕먹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노조가 노조의 본령을 벗어났다고 지적하는 대통령, 정치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석에서는 다 맞는다고 하면서도요. 그런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가겠지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는데요.

“적정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은 여러 기준으로 봐서도 다 오버라고 봅니다. 단지 이번 인상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기왕에도 결코 적지 않았어요. 생계비, 중위임금, 생산성 등 어느 기준으로 봐도 현재 최저임금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그런데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근거가 대체 뭡니까? 생계비 기준으로도 안 맞고 생산성으로도, 중위임금으로도 세계적 기준에서 이미 오버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임금 구조상 맨 밑이 올라가면 다 오르게 돼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인데 무슨 소리냐’ 하면서 고임금을 정당화하고 추가임금 상승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게 민주노총의 의도입니다. 애초에 그걸 간파했어야 합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내용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안도 통과됐습니다.

어느 나라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서 성장했습니까? 오히려 공무원 늘려서 재정부담에 쓰러지는 나라는 봤어도 가치가 올라간 나라는 본 적이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그런 정책에 의해 많은 젊은이가 노량진으로 간다는 겁니다. 그 자체로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일자리로 쏠리는 것, 이건 나라의 큰 손실입니다. 지금 공공부문 임금도 너무 높아요. 보통 외국의 경우 공공부문 일자리 임금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는 훨씬 높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GDP가 3만 달러인데 7급 공무원 임금이 7000만~8000만 원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불안한 민간부문에서 일하겠습니까. 공공부문은 고용안정도 되잖아요.”

―국민 경제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육자로서, 또 경제학자로서 가슴 무겁게 생각하는 게, 사회 일반의 경제교육이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우리가 먹고사는 물질적 기반 토대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봉급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이해가 없어요. 한 나라가 어떻게 클지에 대한 이해도 없고요. 돈 많은 이들은 운 좋아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는 운이 없어서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죠. 제대로 된 경제교육은 초·중·고등학교 기본교육에서부터 돼야 합니다. 그런데 경제 교과서 만드는 것도 사범대 교수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못 들어갑니다. 그렇게 전문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하고 있고 야금야금 전교조나 민주노총 등 특정 가치 추구 집단들이 교육 보조자료를 만들어 내는 거죠. 이런 현실이 정상화돼야 합니다. 한 나라가 성장하는 게 뭘 의미하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부분이 많이 미흡합니다. 경제학자들도 늦게 알았습니다. 고교 교과서 분석도 2년 전에나 했지요. 저 같은 경제학자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요새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제 교수직 퇴임이 2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과연 제가 이뤄놓은 게 뭔가 싶어요. 전공하는 노동분야에서 역사의 시계가 반대로 흘러가는 데 대해서 제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데 상당한 자괴감을 느낍니다. 기회가 있을 때 언론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느낍니다.”

인터뷰 = 김윤림 차장 (경제산업부)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