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5일차

문재인 정권(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정권”이라 불러달라 했지만, 정당이름 정권에 포함시키는건 어떻게 보든 적절하지않다 본다. 트럼프 정권을 “공화당 정권”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이 출범한지 5일 정도 지났다.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노무현 정권 초기의 치기어리고 아마추어스러움(!)을 많이 줄이면서도 권위가 아닌 권위주의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대통령은 권위는 있어야하고, 권위주의는 탈피해야한다고 생각해왔다. 노무현은 권위 마저도 탈피하려 했다)

특히 과거 자신이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시절
노무현 정권이 초반에 온갖 사회적 혼란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던 것을 교훈 삼아
보다 세련되게 시작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

다만, 냉정하게 이면을 살펴보면…
이 정권은 이미지 메이킹과 포퓰리즘을 잘 섞어서 국민들의 호감을 사면서
한 편으로 자신들의 색깔과 진짜 하려고 한 것들을 내세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국민들은 열광할 것이다.
그 정책들의 반대급부가 무엇일지 생각도 못한채.
그걸 깨닫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영원히 깨닫지못하거나 깨닫지않으려 하는 부류도 있을듯)
어쩌면 깨달은 후에는 정권이 이미 끝나버렸을 수도 있다.

<이미지 메이킹>

– 기자들 모아놓고 그 앞에서 비서진들과 커피를 마시고, 기자들과 등산을 함께 하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하는 모습들, (미국 대통령처럼) 서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듯한 모습에 국민들은 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 그런데 문재인이라는 개인이 과거 당대표나 국회의원 시절에 보여주었던 모습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 문재인은 당대표,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에 그런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 즉, 이것은 네이버 출신의 청와대 수석을 비롯한 비서진의 계획된 이미지 메이킹인 것이다
– 본질은 그게 아닌데,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는 행위가 꼭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본질이 정말 그러한지는 별개의 문제.

<포퓰리즘>

– 이런 이미지 메이킹 작업과 함께 포퓰리즘 정책들을 사전 협의 없이 던진다
– 단적인 예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선언이다.
– 장관도 없고 정당과 협의도 거치지않았고, 비서진도 변변치않은 상태에서 불쑥 인천공항을 찾아가 대통령이 비정규직 없애주겠다 선언하는 것
– 국민들은 열광할 것이다. 설움받는 비정규직이 없어지는구나 라고.
– 그런데, 여기엔 몇가지 문제가 있다.

1)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면 필연적으로 비용이 상승하고, 그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된다. (인천공항같이 흑자가 많이 나서 대승적 차원에서 정규직화에 나설 수 있는 공공기관이 현실적으로 몇 없다)
2) 정규직화를 해야하는 업무가 있고 그러지않아야하는 업무가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
3) 정규직화를 단행하면 신규채용은 줄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보다 적은 수의 정규직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즉, 채용 기회는 감소한다.
4) 공항에서 경비, 보안검색하고 청소하는 인력이 모두 60~65세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된다면?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 대통령으로서 선언하는 것 멋있어보이고 박수받을 일인지 모르겠으나, 그 파급효과와 비용에 대해서 충분한 국민적 논의, 아니 일선 부서와 협의는 하고 지르는 것일까.
– 대선 때 후보들마다 앞다퉈 세금으로 표를 사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세금으로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과거 대통령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쉽게 손 못댄 것은 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문재인 같은 위인이 못되어서가 아니라.

<진짜 하려고 한 것>

검찰개혁(?)

– 검찰개혁. 말은 좋다. 지금 하는 방향이 과연 검찰 개혁일까?
– 검찰 문제의 원인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검찰이 움직여온 것에 있다 보는데, 그렇다면 정권이 더이상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않고 독립적인 사법기관으로 원래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면 해결되는 문제다.
– 그런데 지금 청와대에서 시도하는 것은, 1) 공무원 비리를 전담하는 공수처를 상시기구로 만들고, 2)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여 이를 경찰로 넘기고, 검찰은 기소만 하는 기관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 검찰의 팔다리를 묶고, 대신에 (수사 능력이 부족한) 경찰이 갑자기 수사전권을 쥐는 또다른 괴물이 되도록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개혁”이며 기존의 검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인지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그렇게 하면 정권의 하수인이 안될 수 있단 말인가?

5/18 기념식

–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이 아닌 제창으로 바꾸도록 대통령이 지시한 것 (이 이슈는 국정교과서 폐지라는 더 이슈가 큰 사안과 동시에 지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묻혔다)
– 게다가 왜 합창이 아닌 제창이어야하는지도 대통령은 제대로 설명하지않았다.
– 대통령이 특정 기념식에서 어떤 곡을 합창이 아닌 제창으로 부르라고 콕찝어 직접 지시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기념식을 대통령이 관장하는 것도 아니고, 보훈처와 같은 기관에 검토지시만 내렸어도 될 일이었다.
– 국정교과서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교육부나 아직 뽑지도 않은 청와대 수석과 협의도 없이 교육부의 특정 현안을 학기중인 5월에 갑자기 폐지 지시하는 것 역시 무언가 이상하다.

청와대 비서실장

– 과거 주사파인 것은 난 상관없다.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 그런데 비서실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주사파 관련 질문에 “(자신을 반대하는) 정당과 잘 협의하겠다”라고 답했다. 그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것이 아니다. 대답을 제대로 하려 했으면 “과거에 주사파였는데 난 지금 그렇게 생각하지않는다”라고 답했어야 했다.
– 물론 그렇게 답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2012년 김정일 사망 때 그랬던 것처럼, 아직 주사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 그걸 뻔히 아는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임종석을 앉힌 것은 자신의 색깔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난 그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