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스타트업
건너건너 아는 분이 향수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더라
잠깐 웹사이트 구경하고 드는 생각
1.
수년간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매달 정기적으로 무언가를 보내주고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subscription 비지니스모델은 한국에선 한참전에 검증이 끝났다.
“실패한 것으로”
한국의 소비자들은 매우 까다로워서, 공급자가 알아서 보내주는 서비스/비지니스에 흥미를 안가진다.
그게 항상 구매하는 생활필수품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직접 구매버튼을 매번 누르는 것을 선호한다.
2.
위 1번에 더하여 향수와 같은 호불호가 갈리는 기호상품은 더더욱 subscription 비지니스모델이 안통한다.
그런 기호 상품을 매달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종류를 정하여 제공한다는 것 자체를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않을 것이다.
게다가 과연 소비자들이 매달 향수를 1-3종류씩 교체하면서 쓸 니즈가 있느냐부터도 고민거리다.
3.
향수라는 상품은 외국과 달리 필수품이 아니고 일종의 사치품이다.
향수를 사고 쓸 때에는 그 향을 사는 것도 있지만 그 브랜드, 이미지를 사고 소비하는 것이다.
“xxx 향이 나는 향수를 쓴다”가 아니라 “샤를리즈 테론이 나오는 Dior의 쟈도르를 쓴다”가 된다.
그래서 향수는 브랜드가 매우 중요하다. 향이 개인의 호불호를 가르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그런데 전문적인 조향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독일에서 원액을 들여와서 국내 향수제조업체에서 제조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는 브랜드 가치가 없다고 시인하는 것과 다르지않다.
즉,
소비자는 (브랜드가 없더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찾는 것이 아니고
브랜드가 있는 향수 중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는다.
향수는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일종의 사치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가 구축되어있지 않으면 어렵다.
향류 제품군에서 브랜드가 중요하지않은 영역은
페브리즈, 화장실 방향제와 같이 생활필수품 뿐이다.
4.
가격이 너무 비쌌다.
향수는 어쩌다 해외 나갈 때 면세점에서 구매를 많이 하니까…
(조 말론 등 많이 비싼 향수를 제외하면)
패션 명품 브랜드의 향수의 면세점 정가는 소량 포장의 경우 (30ml) 1ml당 $1~$1.5 안팎에 형성되어있고, 100ml제품은 1ml당 $0.6까지 단가가 내려간다. 여기에 인터넷 면세점에서 적립금 30%, 할인쿠폰까지 고려하면 실제 단가는 더 내려갈 것이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에서 판매하는 향수의 단가가 1ml당 $1수준이다. 면세점이 아닌 시중에서 판매되는 향수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가격일 것이다.
가격을 뒷받침 해줄 브랜드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높은 가격의 향수는 판매가 어려울 것이다.
5.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그렇게 좋은 원액을 쓰는 향 관련 사업을 하겠다면
향수보다는 디퓨저, home fragrance 같은 식의 생활에서 쓰이는, 그래서 사치 브랜드가 필요하지않은 영역으로 도전해볼만하지않나 싶었다. 물론 여기도 쟁쟁한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전쟁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