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나누어드린 이유
2번째 전시회가 끝나가던 무렵,
2번째 전시회에선 예상대로 사진은 하나도 팔리지않았다.
원래 팔려고 전시회를 연 것은 아니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할만도 하지만,
그래도…팔면 수수료를 받았을 라이카 측에는 좀 미안했다.
물론 라이카측도 판매 수수료를 기대하고 전시회를 허락한 것은 아니고
사진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였다고 믿고 싶지만…
전시회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또는 우연히 방문하여 감흥을 받고 갔다는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많이 들었다.
그러면 전시회 목적은 달성한거다.
그래서 나 스스로는 전시회에 대해서 만족한다.
하지만 판매에 대해서는…
라이카 스토어 자체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도 아니고
판매가도 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여 팔리면 팔리고 말면 말어 라는 심정으로
높게 설정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위안도 해보지만 여전히 씁슬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나보다 사진 훨씬 못찍는 사람들도 황당한 가격에 사진을 팔아치우더만
나는 뭔가 하는 생각에 회의감과 자괴감도 들었다.
얼마전 김중만씨가 아트 수퍼마켓이라는 컨셉으로 내놓은 스냅, 습작보다는 내 사진이 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름값이랄 것도 없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작품을 턱 사줄 사람도 주변에 없는게 현실이다.
예술쪽은 결국 이름값과 인맥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다가오는듯 했다.
그러다가…
아내가 지나가다 하는 툭 내뱉은 말 때문에 며칠간 머리가 멍했다.
“예술 작품은 팔리지않으면 쓰레기다”
난 내가 예술을 한다고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내 사진이 예술이라고 생각 조차 안해봤지만
2번의 전시회를 거쳐 팔리지않고 남은 내 자식과도 같은 녀석들이
어머니 댁의 아파트 창고에서 포장지에 싸인 상태로 기약없이 잠자면서
아내 말대로라면…버리지만 않았을 뿐, 잠재적 쓰레기가 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을 보다 가치있게 쓰기로 마음 먹었다.
16년여간 홈페이지를 열어놓으면서 들리시는 분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그분들의 집과 사무실에 사진을 걸어, 사진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흥을 줄 수 있게 한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감사를 표하는 방법이자, 충분히 가치있는 일 아닌가?
사진을 팔려고 시작한거 아니잖아
좋아서 시작한거니
좋은 마음으로 나눠주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폭주하는 신청을 보면서 사진값 대신 유니세프 같은데 몇만원이라도 기부 부탁할걸 그랬나, 좀 후회도 되긴 했다.
사진 신청이 특정 사진 몇점에 집중되어 배분하는데 애를 먹었다.
어제 오후에 액자를 차로 옮겨
밤 9시반에 집을 떠나 배달을 마치고 새벽 1시반에 집에 돌아왔다.
노량진을 떠나, 관악구, 서초구, 송파구, 성동구, 용산구를 순회하면서
한번도 안가본 길을 달려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와 사무실을 들렀다.
밤늦게 초인종을 누르기보다 경비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해 댁과 사무실 앞에 액자를 두고 문자로 연락드리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내 자식과도 같은 사진들이 보다 더 가치있게 쓰이고
나누고 베푸는 기쁨을 느낄 수 있어
다행스럽고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