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실적에 대한 어느 글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시는 어느 분이
페이스북에 최근 쿠팡과 관련하여 쓴 글인데
매우 실망했다.
실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조언자가
아는척하면서 쓰는 글이랄까.
왜 컨설턴트의 조언이 공허할 때가 많다고 하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것 같다.
유통업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비지니스 모델이 처음부터 잘못 되어서 cashflow만 나빠지는 사업인데
그런 것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고…
무슨 basket size타령인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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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부쩍 늘었다. 개인적으로는 직매입 중심 + 자체배송의 사업모델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온라인 유통으로서 가야만 하는 지향점이고 매우 의미있는 비전이라 생각한다.
다만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전략보다는 실행이 결과를 결정지을 거라보면 의구심은 점점 커지는 건 당연한듯.. 당장 전기차만 해도, Tesla와 비슷한 시기 클라이너 퍼킨스 같은 좋은 투자자를 가지고 시작했으나 대실패로 끌나버렸던 Fisker라는 예가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디자인은 Fisker가 Tesla보다 훨씬 나았었는데.. T_T) 생각 몇가지.
1. 배송. 1조 가까운 돈을 들여 물류를 저렇게 가져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Scale을 키우고 싶었으면 차라리 현대택배같은 회사를 사는게 더 싸고도 더 쉬운 전략이 아니었을까… 대형 선도 택배회사의 택배비가 대충 1500원 선이니, 원가는 1000원대 초반. 쿠팡의 매출총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의 차이를 보면 물류에서 엄청나게 돈을 까먹고 있는 듯 한데, 대충 4000~7000원 정도의 원가가 들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scale 성장이 빠를 것이냐, 아니면 돈이 떨어지는게 먼저일 것이냐를 잘 모르겠다.
2. 아마도 저 전략이 꼬인 시작은 정부의 택배사업 규제가 아닐까 싶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한거였다면 분명 물류의 극단적 효율화를 통해서 직매입 배송 뿐 아니라 fulfillment by Amazon과 같은 배송대행까지도 노렸을 것이고, 이걸 감안하면 쉽게 economy of scale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정부가 배송대행을 막아버리니, 어쩔 수 없이 직매입을 급히 끌어올려야 했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매입만으로그 scale을 만드는데 특히나 제한된 시간에서 한계가 있지 않은가…
3. Economy of scale을 통해서 배송비를 떨어뜨리는 속도가 느려지면 대안은 basket size를 늘리는 것일 것. 9900원의 basket에 지금 금액의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것은 답이 나오질 않는 게임. 결국, 50000원 정도는 쉽게 가져갈 수 있는 grocery에서 승부를 보아야 할 듯 한데 여기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최근 기사에서는 MD 기능을 오히려 ML/AI로 대신하겠다는 내용도 있던데, grocery에서 curation으로 승부를 보겠다면 거꾸로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게 단기적으로는 맞지 않나 하는 가설도 있는터라 이들이 얼마나 grocery에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4. 결국 숙제는 두가지가 아닐까 싶다. (1) 직매입만으로 economy of scale을 만들고, basket size를 키울 수 있을 grocery에서 제대로 된 교두보를 빨리 확보할 수 있을 것이냐 (2) 물류에서 직매입 외에 자체 배송의 capa filler 역할을 해줄 대안을 찾아서 배송단가를 외부 택배업체 수준으로 떨어뜨릴 scale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냐… 두가지 모두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루머가 많았던 것처럼 홈플러스나 현대백화점 같은 2위권 업체의 온라인을 가져온다거나 JV한다던가도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하고, 배민프레시 + HMR 같은거 붙여서 확 밀어올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둘다 그거만으로 해결이 될 이야기는 아닌듯하고…
어쨌거나 모델의 stability는 매우 불안해 보인다. 다만 상당한 고급인력들을 쭉쭉 빨아들이고 있는데, 이런 우수한 인력이라면 뭔가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이정도 돈과 이정도 인력으로도 한국의 대기업 판을 깨뜨리지 못한다는 건 정말 가슴아픈 일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추가로 지켜볼 부분은이라면 어쨌거나 지금 소셜커머스와 유통에 상당한 PE의 지분이 들어가 있는데 – 티몬, 쿠팡, 홈플러스 등등..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셋 간에 어떤 식으로건 모종의 deal이 나오면서 생각치도 않았던 pivot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살짝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