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 가지기

칸쿤에서 파도타기 (그래봐야 바다에 몸 담그고 있다가 파도가 다가오면 제자리에서 점프하는 것이지만)를 해보다가

거친 파도를 만나서 쓰고 있던 안경과 등산 모자를 잃어버렸었다.
모자는 그렇다치더라도 안경은 1개 밖에 없는데 모든 것이 흐리멍텅하게 보이고
그 큰 바다를 뒤져보았지만 안경은 찾을 수 없었다. (사막에 바늘 찾기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났다)

내가 파도타기까지 하면서 왜 안경을 썼을까 후회도 되고
미국은 검안 비용도 비싸다던데 안경을 어찌 맞추나 고민도 되던 차에

에라 모르겠다 해도 지는데 사진이나 찍자 하고 안보이는 눈으로 카메라를 들고 그 해변을 다시 찾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둘러보는데
파도에 떠밀려 온 모자와 모자 끈이 엉켜있는 안경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웃음도 나고
아마도 누군가가 해변에서 발견해서 좀 떨어진 곳에 놓아둔 것 같은데 감사하기도 하고…

안경 렌즈는 모래 알갱이에 많이 긁혀서 기스가 많이 났겠지 하는 생각과 달리 꽤 멀쩡했다.
안경을 찾은 것도 감사하고
안경과 모자가 함께 있었던 것도 감사하고
시력이 안좋아서 안경의 존재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한두시간 잘 안보여도 두통이 생기고 짜증이 나는데, 시각 장애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결론은 본전?이었지만
난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