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2015년 2월호에서

옮긴 글

**

좋아하는 일은 오랫동안, 꾸준히, 열심히 해도 질리지않는 일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찾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사실 엄청난 행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를 비롯한 내 주위의 많은 사람이 서른다섯 살이 넘어서야 자신이 하는 일이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 일은 한 때 우리를 질리게 했고 서른의 위기를 맞아 벗어나 보려고도 해봤지만, 결국에는 그 일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좋아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결국, 완벽한 일이나 성공, 행복은 운명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가 갖지못한 것에 정신이 팔린다… 그러나 우리는 끝내 타협하고야 만다. 출판계의 거물 대신 블로거를 선택하며, 영화감독 대신 영화 칼럼을 쓰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고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중략)

나이가 든다고 해서 특별히 확실해지는 건 없다. 계속되는 불안함과 막막함과 맞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중략)

아주 사소하고 아주 평범한 일들을 하면서, 유명해지진 못해도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살아가는 것.
내가 맡은 행복의 냄새를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을 다 함께 나누어 먹는 것.
그것이 내가 블랙홀 같던 20대를 지나 비로소 발견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