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판결
정말이지 재판부가 생각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이건 명백히 배임이다.
“절차 어기고 고액 연봉 받아도 무죄?”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판결 논란
김아사 기자
입력 : 2015.02.04 16:03
“기업 정관을 지키지 않고 연봉을 177억원이나 올려 받았는데, 불법 의사(意思)가 없었다니…”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가 지난달 22일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을 두고 전직 금융 관료가 한 말이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21개 항목 중, 3가지 부분만 유죄로 판결했다. 나머지는 증거 부족, 불법 의사 없음 등을 이유로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기업인 범죄에 엄중한 판결을 내리는 법원의 추세에 비춰볼 때 상당히 관대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사회 건너뛰고 받은 88억 연봉 무죄
금융 감독 업무를 보는 관료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177억원에 달하는 선 전 회장의 급여 횡령 관련 판결이었다. 정관상 임원의 보수는 이사회 의결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선 전 회장은 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자신의 연봉을 독자적으로 인상해 지급받았다. 이사회에 보고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사팀 이외에 자금담당 부서나 감사부서 등에서도 그의 연봉을 알지 못했다.
그 결과 그는 2010년에만 88억원의 연봉을 받는 등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77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2011년 이 연봉 횡령 혐의가 멈춘 것도 자의가 아니라 하이마트가 한국거래소에 상장 승인을 받으면서다. 연봉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외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하이마트가 상장을 추진하지 않아 외부 지적이 없었다면, 횡령 혐의를 받는 연봉 액수가 훨씬 커졌을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분을 무죄로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 전 회장이 수령한 연봉의 액수가 많고, 연봉 수령 과정에서 정관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서도 “절차 위반만으로 불법적으로 이득을 취할 의사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지배주주였던 유경선 유진 회장이 이를 알고도 묵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적법한 절차를 어겨 과다한 연봉을 받고, 회사 재무에 피해를 준다 해도 대주주의 적극적 제지만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2008년 하이마트는 1조1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채무를 가진 유진하이마트홀딩스와의 합병이 예정돼 적자가 불가피한 상태였다. 회사 주주의 경우 배당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선 전 회장만 이런 고액 연봉을 마음대로 받아간 것이다. 선 전 회장은 이 금액을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매입 비용으로 사용했다.
“절차 어기고 고액 연봉 받아도 무죄?”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판결 논란
1500만원짜리 그림을 8000만원에 회사에 판 것도 무죄
이외에도 재판부는 시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선 전 회장의 딸 그림과, 본인이 보유하던 시가 1500만원짜리 그림을 하이마트 측에 각각 5000만원과 8000만원에 매수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죄를 묻지 않았다. 재판부는 “예술작품의 가치는 관점과 선호도에 따라 주관적 평가가 가능하고, 이는 하이마트의 임직원 등이 필요에 의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경영자 본인이 보유한 예술작품 등을 회사로 하여금 비싼 가격에 사게 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재벌 오너 일가의 그림을 통한 비자금 축척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그룹 오너가 싼 그림을 사 나중에 회사에 고가에 매각하거나, 회사로 하여금 오너 친인척의 예술품을 비싸게 사주게 하는 식으로 자금을 횡령하는데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하이마트에 판촉물 등을 납품하는 회사 대표들이 납품을 유지하는 대가로 선 전 회장의 지인과 여동생, 사돈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선 전 회장의 여동생이 납품 지속 대가로 납품사에서 3억4000만원을 받는 등 이들은 총 92억9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재판부는 “이들이 돈을 받은 것은 선 전 회장의 대리인 지위에서 받았다고 하기 어렵고, 이들 납품 회사가 오랫동안 우수한 판촉물을 꾸준히 납품해 온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