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어윗

사진가들에게 한마디.

진실을 찍어라. 조작하지 말고 의도적으로 설정하지 말고 네가 보는 것을 기록해라.
진짜 세계를 담아라.
또한 작업을 구분하되 상업사진을 찍을 때는 철저히 고용주의 의사를 반영해서 촬영하고 자신의 작업을 할 때는 자신에게 정직하라.

하지만
멋진 사진에는 행운의 여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터뷰 내용 중 )

http://www.elliotterwitt.com/lang/en/index.html

**

사진, 배우는게 아니라 설명서만 읽으면 ‘끝’” 단 한 사람에게라도 창피와 굴욕 주면 안돼 “

엘리엇 어윗은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사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은 “사진을 좋아하긴 했지만 원대한 계획 없이” 사진을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의 사진 철학은 독특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고 싶다면 당

신은 가능한 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치 벽에 붙은 파리처럼.”

그는 또한 사진에서 어떤 법칙 따위를 신봉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유일하게 지키고 있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내

가 (사진을 찍으면서, 또는 사진을 통해)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창피스럽게 만들거나 굴욕을 주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

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에선 유독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 많다. 세상에 대한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앵글로 채

워진 사진이 넘쳐난다. 그의 사진들은 재미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란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그의 사진 세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소재이자 주제는 개다. 1946년부터 91년까지 찍은 개 사진을 모은 사진집 <개들에게>

(To the Dogs)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개 사진을 찍지 않는다. 나에게 개는 사람이다.” 어윗이 네 발 달린 인

격체에 대한 솜씨 있는 스냅샷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유머와 신랄함이며 연출되지 않은 순간에 발견되는 진실의 ‘비

틂’이다.

그는 “항상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성을 주제로 삼아 작업했고 그중에서도 다리

만 찍은 사진이 유독 많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들의 눈높이에선 책상과 의자 밑이 보인다. 사진에선 카메라의 높

이, 즉 사진가의 시선의 높이가 중요하다. 어윗도 그런 점에서 개들의 눈높이에서 여성을 본다면 뭐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

했던 것 같다. 자신이 개의 관점과 눈높이에서 사람이 사는 세상을 기록하고,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기술적인 면이 아니고 시각적인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사진을 배우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있지만, 사실 사진은 “배우거나 가르칠 것이 아니다”. 이런 관점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카메

라를 샀다면 상자에 있는 사용설명서를 읽어보는 것으로 끝이라는 말이다. “요즘은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누르면 그냥

찍힌다. 사진은 ‘로켓공학’이 아니다.”

다른 매그넘의 사진가들처럼 한 작업에 오랫동안 철저히 파고들어 일하는 편이 아니어서 스스로를 “빨리 치고 빠지는” 전

형적인 프리랜서라 규정하지만 그의 사진에 깊이가 없을 리 없다. 양희은, 문소리 등 문화계 인사를 찍은 사진이나 한국의

거리 곳곳에서 마주친 여성들도 그의 사진 속에선 우아하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

파리에서 태어나 밀라노에서 자랐으며 1953년에 전설적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소개로 매그넘 회원이 되었고 이제 자신도

전설이 되고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다큐멘터리와 코미디 영화 10여 편을 제작하기도 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