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취식
어제 밤에 노숙자냄새가 나는 지팡이를 든 노인분이 식사를 했다.
덮밥을 드시고 나서는 돈이 없다고 하여
화가 난다기 보다는,
하아..내 신세는 왜 이런가, 왜 이렇게 꼬여만 가나 하는 자조적인 마음에
난생처음 112에 신고하여 경찰관을 불렀다.
경찰관의 도움에 따라 확인해보니
노숙자는 아니고 아들과 함께 사는 노인인데, 치매에 걸려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지금은 경기도 양주에 살지만, 예전에 은마아파트 살았기에 이근처에 들린 것이라고.
경찰관은 양주로 택시를 태워 보냈고
아들분과 연락이 닿아 음식값은 보내주었다.
치매에 걸린 것도 본인의 의지가 아니고
돈이 없었던 것도 본인의 의지가 아니다.
더이상 마음쓰고 화날 일이 아니었다.
내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신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까짓 음식값 안받아도 되었지만
마음이 여러모로 착잡하고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