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임원은 휴일마다 출근하는 것일까?

그렇다.
권력감과 통제감

나는 타인이 권력감과 통제감을 느끼도록 하는 도구였을 뿐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왜 그 임원은 휴일마다 출근하는 것일까?

기사입력 2014.08.19 10:28:13         
지난해 모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A 씨. 그는 취임 후 일요일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는 부하 직원에게 한 마디 던진다. “어, 우리 회사에는 왜 일요일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 직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 다음 일요일부터 출근자 수가 급증했다.

임원 몇몇은 이 같은 상황을 즐겼다. 어차피 휴일에 회사에 나오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윗선에 보여주고도 싶었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이 같은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휴일에 `억지로` 나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휴가를 덜 쓰고 출근하는 임원들도 있잖아요. 왜 그러는지 잘 이해가 안돼요. 그렇게 회사 일을 즐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러는 것이죠? 단순히 CEO나 오너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일까요?”

하지만 이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최고경영자와 임원들 중 일부는 `억지로` 휴일에 나오는 게 아니다. 억지로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휴일에 회사를 나오고 싶어한다. 출근 길에 회사 건물이 보이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는 듯 하다. 물론 다만 조건이 있다. 혼자 나오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부릴 직원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권력감을 느낄 때,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 몸 속에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하는 `코르티솔`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인간은 권력감과 통제감을 느끼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최고경영자와 임원이 출근 길에 멀리서 회사 건물이 보이면 마음에 평온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도 호르몬 작용의 결과다. 이들은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권력을 가진다. 부하 직원들을 자신의 통제 안에 둔다. 이 때문에 이들은 회사 문을 여는 순간 권력감과 통제감을 느낀다. 코르티솔의 분비가 줄어들고, 스트레스도 감소한다.

이 같은 필자의 주장에 대해 일부 임원이나 경영자들은 강하게 반박을 하기도 한다. “경영자와 임원은 더 많은 책임을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런데 스트레스가 덜 하다니요? 말이 안됩니다.”

그러나 사실은 말이 된다. 더 많은 책임을 지지만, 스트레스는 덜 받는다. 그게 바로 임원이고 경영자다. 우리는 임원이 되려면 오랫동안 노력해야 한다. 이에 대한 보상은 높은 급여로 끝나지 않는다. 낮은 스트레스도 중요한 보상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제니퍼 러너 교수 팀은 직급이 높은 보스일수록 스트레스에 덜 시달린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보스들은 코르티솔 수치가 낮다.

그러나 임원과 경영자들은 가정에서 어떤 위치일까? 회사에서 누리는 권력감과 통제감을 누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아니올씨다`가 답이다. 아내와 자녀는 부하 직원이 아니다. 자기만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다. 특히 요즘 자녀는 아예 상전이다. 자녀 눈치를 봐야 한다.

그렇다면 임원과 경영자들은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낮아지고, 코르티솔 수치는 높아지는 게 아닐까? 회사에서 누렸던 권력감과 통제감이 집에 돌아오는 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답을 찾았다. 왜 임원과 경영자들이 휴일에 출근하려고 하는지, 여름 휴가를 축소하면서까지 회사에 나오는지, 왜 늦게까지 집에 가려고 하지 않는지 말이다. 회사에 나오면 그들은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통제하는 직원들을 옆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그러나 부하 직원의 입장은 다르다. 직급이 낮을수록 회사 안에서 권력감과 통제감을 느낄 수 없다. 카리스마가 강한 임원 밑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는 “숨 쉬는 것 빼고는 자유라곤 전혀 없다”고 호소하기까지 한다. 이들은 회사 문을 여는 순간,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낮아지고, 코르티솔 수치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특히 본인 의사에 반해 휴일이나 야간 근무를 할 때면 더욱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개인시간이라 여겼던 휴일과 야간을 반납하고 강제로 회사에 나온다면 더욱 더 권력감과 통제감이 사라진다. 더욱 더 코르티솔 수치는 높아진다. 더욱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여름 휴가를 간다고 임원에게 보고했더니, 임원이 “에어콘도 나오는 회사가 더 좋지 않나. 그냥 회사 나오지”라며 당신의 속을 긁는다고 너무 화를 내지 말자. 그게 그 임원의 진심일 수 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하는 휴가 기간 중에는 통제감과 권력감이 사라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는 사람일 수 있다. 그에게는 자신이 권력을 누리는 회사가 가족과 함께 하는 휴가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물론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 때문에 휴일도 반납하며,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보스도 있다. 그러면서도 부하 직원의 휴일과 저녁이 있는 삶을 인정하는 리더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을 통제하는데서 만족감을 느끼기 보다는,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한다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사는 더 할 나위 없이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회사의 업무 성격상 어쩔 수 없이 휴일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일하는 신문사 같은 곳이다. 부장들은 월요일자 신문 제작을 위해 거의 모든 일요일에 출근한다. 국경일도 그 이튿날 신문 제작을 위해 출근한다. 신문사는 누군가 휴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운영이 되지 않는다. 그 누군가는 지면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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