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씨

루리웹이라는 애니/게임 사이트가 있다.

여기서 활발히 활동하던 어느 학생이 위와 같은 글을 적은 이후 글을 멈췄다.
조회수가 50만에 육박하고 댓글수는 최고치닌 3,000에 달하며
모두가 장난이라고 해도 좋으니 글을 하나만 써달라고 했으나

결국 그 학생은 세상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최민석군
경찰이 되고 싶었고
사고난 직후에 여자학생들과 부상당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내어준 너

어른인 내가 미안하다

아래는
그 학생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사람이
그가 그렇게 보고 싶다던 애니와 PSP를 넣어주고 오면서 쓴 글이다.

점심을 혼자 먹다가 이 글을 보고 울컥 눈물이 날뻔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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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씨.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날 신경쓰게 만들다니. 하루카씨 대단해. 역시 덕 끼리는 통하는게 있나봐.

내 몰골이 좀 말이 아니었지? 차려입고 가지 못해서 미안해. 요즘 계속 마감중이라 그랬어. 일하다가 작업복 차림으로 간거라…

그러게 그렇게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해주면 어쩌나. 그래도 우리 하루카씨. 덕끼리 그런 사소한건 신경 안쓰지?

PSP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갔다 놨어.

생각같아선 샤방한 최신기종으로 하루카씨가 하고 싶다던 아이마스랑 같이 넣어주고 싶었는데, 이 새벽에 어떻게 구하나? 방법이 없더라고…

그래서 같이 일하고 있던 직원이 집에 구형PSP가 있다고 해서 공수해서 가지고 갔어. 나나 직원이나 죄다 레이싱 게임밖에는 없어서 그나마 모든 덕에게 사랑받는 미쿠가 있어서 같이 넣어놨어.

덕치고 미쿠 사랑하지 않는 덕은 없으리라 믿는다.

대신에, 이번분기 최신 방영중인 애니메이션은 싸그리 모아서 하드디스크에 담아놨으니까…

충사, 러브라이브… 모두 담아놨어. 전부 720P로 말이야.

사실, 좀 모자른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건 하루카씨가 연락을 너무 늦게줘서 그런거니까. 그정돈 이해해줘?

그래도 이정도면 가는길 심심치 않을꺼야. 그것들만 다 보려고 해도 몇일은 걸릴테니까… 열심히 보다보면 도중에 딴길로 안세고 목적지에 도착할꺼야.

하루카씨.

하루카씨도 잘 알겠지만 원한, 미련, 슬픔, 번뇌… 그런거 가지고 가지마. 그런거 다 잊고 편하게 가라고 내가 이렇게 해주는거니까.

그런거 가지고 가봐야 괜히 잘못해서 악귀라도 되면 어쩔꺼야… 하루카씨 그런거 바라진 않지? 누구도 바라지 않으니까…

이제 편히 쉬어…

지난 일주일동안 너무 힘들었지?

다 내려놓고…

좋은 곳으로 갈꺼야.

마음 편히 가지고…

남아있는 사람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힘들었던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잘 쉬어…